러시아의 대표 작곡가 프로코피예프에 정통한 피아니스트 신창용이 이번에는 ‘전쟁 소나타’로 돌아온다. 그는 2023년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1·2·3번을 한 무대에서 연주하는 ‘마라톤 프로젝트’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바 있다. 신창용을 세상에 알린 2018년 지나 바카우어 콩쿠르 우승 당시 연주곡 역시 프로코피예프였다. 이 작곡가는 피아노를 타악기처럼 활용하며 강렬하고 역동적인 음악을 들려주는 동시에, 피아노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보여준 혁신적인 예술가로 꼽힌다.
신창용은 최근 서울 서초동 파지올리 매장에서 서울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전쟁의 폭력성을 묘사하는 대목에서는 폭발적인 연주가 나오지만, 느린 악장에서는 포연 속 꽃 한 송이 같은 평화로움도 공존하는 매력이 있다”며 “세계와 인간 내면의 양면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전쟁 소나타’는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 소나타 6·7·8번을 일컫는다. 제2차 세계대전의 혼돈 속에서 작곡된 이 작품들은 불안과 갈등을 생생하게 표현한 20세기 피아노의 걸작으로 평가받지만, 워낙 까다로운 기교와 난이도 높은 해석으로 인해 국내 무대에서 자주 만나기 어렵다. 신창용은 이달 성남(성남아뜨리움·20일), 부산(영화의전당·23일), 서울(예술의전당·30일)에서 리사이틀 무대를 갖는다.
방대한 피아노 레퍼토리 가운데 특히 프로코피예프에 끌리는 이유에 대해 그는 “저도 모르게 항상 마음이 갔다”며 “라흐마니노프나 쇼팽도 좋아하지만, 프로코피예프에게는 그들과 다른 세상에 대한 비판적 시각과 풍자, 그리고 내면의 다층적인 고뇌가 담겨 있다. 이런 점이 제 성향과 잘 맞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극도의 맹렬함과 녹는 듯한 섬세함’을 동시에 지닌 신창용의 연주 스타일과 프로코피예프의 음악 세계는 잘 어울린다. 그는 “연주에는 연주자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 사실”이라며 “깨끗하고 명확한 것을 좋아하면서도 공감 능력이 높은 제 성격이 연주에 반영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프로코피예프는 쉽지 않은 작곡가지만, 듣는 이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극상의 난이도는 그에게도 큰 도전이다. 8분의 7박자 같은 복잡한 리듬과 불규칙한 연타 등은 절정의 기교를 요구한다. “소나타 한 곡만으로도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든 건 사실인데, 세 곡을 동시에 소화하는 건 큰 도전입니다. 지금 제 손가락이 허락할 때 최대한 도전적인 레퍼토리를 많이 해보고 싶어요.”
이제 30대에 접어든 그는 여전히 피아니스트로서의 성장 위해 자신을 밀어붙이고 있다. 신창용은 “10대는 피아노가 무엇인지 알아가는 시기였고, 20대는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콩쿠르에 도전하며 성장한 시기였다면, 30대부터는 연주자로서 홀로 서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줄리어드 음대에서 전액 장학생으로 석사과정을 마치고, 뉴잉글랜드 음악원에서 최고연주자과정을 수료했다. 현재는 음악원 예비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국내외 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올해는 인천아트센터 마티네 콘서트의 호스트를 맡는 등 외연을 넓히고 있다. 동시에 연습과 배움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그는 “이제 음악가로서 내가 누구인지 깊이 탐구하고, 나만의 음악을 연구하려고 한다”며 “예전에는 ‘미스터치 하나도 용서하지 않는’ 완벽한 기교를 추구했지만, 이제는 기교의 완성보다 음악의 깊이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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