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이나 인기 아이돌 공연의 입장권을 미리 사들인 뒤 최대 30배 이상의 가격으로 판매하며 폭리를 취해온 암표상들에 대해 과세 당국이 칼을 빼 들었다. 이들이 암표 유통으로 거둔 수익만 200억 원대로 탈루한 세금은 수십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국세청은 국민의 정당한 권리를 침해하고 부당이득을 챙겨 온 암표업자 17곳을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실시한다고 6일 밝혔다. 국세청은 티켓거래 플랫폼 판매의 절반 가까운 거래를 독식하는 상위 1%판매자의 연간 거래 건수(280여 건)를 크게 초과한 전문 암표상 가운데 탈루혐의가 짙은 자들이다. 조사 대상에는 30대 중반의 공공기관 종사자와 사립학교 교사도 포함됐다.
안덕수 국세청 조사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들은 수만 건 이상의 암표 거래를 통해 최소 220억 원 이상의 수익을 올렸지만 신고 금액은 50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며 “소득을 숨기거나 세금을 축소 신고한 탈루 행위가 확인되면 예외 없이 세금을 추징하겠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에서 △온라인 플랫폼·중고거래 커뮤니티를 통한 티켓 재판매 △암표업자가 티켓 구매 희망자를 대신해 예매하는 대리 티케팅 △매크로 프로그램 판매 △인터넷 주소(직접 예약 링크) 판매 등 네 가지 유형을 중점 대상으로 삼았다.
온라인 플랫폼·중고거래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암표업자들은 프로야구 선수와 아이돌, 트로트 가수 등의 팬덤을 활용해 티켓 판매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워왔다.
조사 대상자들은 수년에 걸쳐 4만 건이 넘는 주요 공연·경기 입장권을 확보한 뒤 정가의 최대 30배에 달하는 가격으로 되팔아 폭리를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요 공연의 경우 입장권이 정가 대비 약 15배에 해당하는 240만 원에 거래됐고 프로야구 인기 경기는 10만 원짜리 표가 200만 원에 재판매되기도 했다.
이들은 중고거래 게시판에서 판매 내역이 노출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대금을 개인 계좌로 받은 뒤 ‘판매 완료’ 처리를 하지 않거나 게시물을 삭제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은닉한 것으로 나타났다.
티켓 구매를 대신해주는 이른바 ‘댈티(대리 티케팅)’ 업자들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이들은 수수료 수입을 적게 신고하고 부당하게 창업·중소기업 세액 감면 혜택까지 받았다. 국세청은 암표 판매로 벌어들인 수익 규모를 정확히 산정해 과소 신고분에 대해 세금을 추징할 방침이다.
불법 예매를 유도하는 매크로 프로그램 판매 사업자와 ‘온라인 새치기’를 조장하는 직접 예약 링크 판매업자에 대해서도 세무조사를 벌인다.
국세청은 이번 세무조사에서 암표업자들의 수익 내역과 자금 흐름, 은닉 재산 유무 등을 신속하고 철저히 검증할 방침이다. 안 국장은 “앞으로도 국세청은 국민의 일상생활에 해를 끼치는 악의적 영업 행태를 면밀히 주시하고 탈루 행위를 선제적으로 포착해 엄정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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