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3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최소 50%, 최대 60% 감축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6일 ‘2035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공청회에서 ‘50~60%’ 또는 ‘53~60%’ 감축이라는 두 가지 정부안을 내놓았다. 과거 문재인 정부가 제시한 ‘2030년까지 40% 감축’이라는 현행 목표보다 한층 급진적인 데다 산업계가 요구하는 목표치인 48%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상한선 60%를 달성하려면 2018년 7억 4230만 톤이던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2억 9690만 톤으로 줄여야 한다. 정부는 다음 주 2035 NDC 최종안을 확정해 이달 중 유엔에서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기후 대응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피할 수 없는 과제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완급의 조절이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감축한 온실가스 배출량이 9000만 톤 수준인데 2035년까지 약 10년간 3~4배에 달하는 배출량을 추가 감축한다는 정부안은 반도체·철강·자동차 등 경제를 뒷받침하는 주력 제조 산업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가뜩이나 미국발 관세와 저가 중국산 공세에 시달리는 철강·석유화학 산업이 정부 목표에 맞추려면 생산을 줄이고 아예 시장을 중국산에 내줘야 할 판이다. 2035년까지 무공해차 비중을 30~35%로 높인다는 목표를 밀어붙이다가는 자동차 산업의 생태계도 붕괴 위기로 내몰리게 된다. 재생에너지 인프라는 취약하고 정부의 원전 정책은 불투명한데 탈(脫)탄소만 가속페달을 밟는다면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의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 전력 수급 불안을 넘어 ‘블랙아웃’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후 위기의 절박성과 미래 경쟁력을 담보할 탈탄소 전환의 중요성을 감안해도 우리나라가 경제의 근간인 제조업과 일자리 위기를 감수하면서까지 무리한 NDC를 고수한다면 득(得)보다 실(失)이 클 게 불 보듯 뻔하다. 미국은 기후협약을 아예 백지화했고 기후 대응에 앞장서온 유럽연합(EU)도 현실적 제약을 감안해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다. 산업 기반을 지탱하면서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무리한 탈탄소 과속을 자제하는 동시에 원전에 중심을 둔 에너지믹스 정책과 기업의 탈탄소 전환 지원을 병행해 점진적 경제구조 전환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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