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 천안시 ‘e편한세상 천안역’ 아파트에서 조합과 DL그룹 간 갈등으로 일반 분양을 하지 못해 2년 전 입주한 조합원들이 사실상 빈집 사이에 방치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이재명 정부의 주택 공급 확대 기조에 맞춰 조합과 DL그룹 이견 차이를 좁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천안시는 충남에서 유일하게 인구 70만 명에 육박해 주택 수요가 급증하는 지역이다.
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충남 천안시 원성동 'e편한세상 천안역'은 2023년 건축 공사가 끝났지만 1579 가구 중 200여 가구만 입주한 상태로 남아 있다. 대다수 가구가 불이 꺼져 천안의 ‘유령 아파트’로 불릴 정도다. 조합과 시공사 간 책임준공 확약을 두고 갈등을 벌인 탓에 일반분양을 진행하지 못해서다.
발단은 조합이 임대주택 사업 중 하나인 뉴스테이로 사업을 추진하다가 일반분양으로 전환을 추진하며 시작됐다. 뉴스테이로 재건축 사업을 계획한 조합은 DL그룹의 DL이앤씨를 시공사로 선정하고 임대사업을 위해 대림투자운용의 리츠인 '대림제5호천안원성동기업형임대위탁관리부동산투자'와 선매매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분양가가 오르고 조합원 분담금이 늘어나자 조합은 뉴스테이 취소와 일반분양 전환을 추진했다. 이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안정적인 임대 수익을 올리려던 리츠가 뉴스테이에서 일반분양 전환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조합원의 시위가 격렬해지자 끝내 정부는 조건부 전환을 승인했다.
금융사에 대출을 받아 리츠에 위약금을 변제하려던 조합은 또다시 난관에 부딪혔다. 메리츠증권이 시공사인 DL이앤씨의 책임준공 확약을 받아오지 않으면 대출을 승인하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DL이앤씨가 책임준공 확약을 거부하면서 일반분양 전환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준공 승인을 받지 못해 모든 가구가 미등기 상태로 남아있고 장기간 방치돼 건물 가치도 하락하고 있다. 조합 관계자는 “버티는 이유는 조합으로부터 받아야 할 미지급 공사비 약 150억 원을 더 높여서 받으려는 속셈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에 DL이앤씨는 책임준공 확약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계약된 공사를 다 한 것이기 때문에 책임준공을 해줄 이유가 없다”며 “조합은 기반시설 공사가 남아 있다고 하지만 그건 계약상 DL이앤씨의 몫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어 “조합과 리츠 간의 갈등이 되레 시공사로 번져 되레 피해를 보고 있다"며 “계약된 공사비 지급을 요구하는 것이지 공사비 증액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천안의 한 시의원은 “원성동 재건축 조합문제가 천안시 도시정책 중 가장 큰 현안”이라며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천안시와 정부, DL 등이 대화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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