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재정 상태가 악화일로다. 지난해 재정적자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5.8%로 유로존(유로화 사용 국가) 평균의 거의 두 배다. 반면 저성장이 지속되면서 세수 확충 여력은 제한적인 상황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프랑스의 GDP 대비 정부 부채비율은 올해 116.5%에서 2030년 129.4%까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프랑스 정부는 ‘국가 비상상태’를 선언하며 연금·복지 개혁과 긴축정책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야당과 국민 반발에 지난 2년간 총리가 다섯 번이나 교체되는 등 정치적 혼란을 겪고 있다. 아직은 그리스식 부채 위기로 발전할 가능성은 낮지만 프랑스가 ‘재정 침체(Fiscal Stagnation)’ 징후를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정 침체는 정부의 재정 정책이 더 이상 성장을 촉진하지 못하고 저성장이 장기간 지속되는 상태를 말한다. 재정수지가 악화되면 정부는 재정 보전을 위해 국채 발행을 늘려야 한다. 이는 시중금리 상승과 기업·가계의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 공공부채가 임계치를 넘어서면 민간투자 위축과 실업률 증가, 한계기업·소형은행 파산, 금융 건전성 악화 등을 초래한다. 결국 생산성과 세수가 감소하고 정부 부채가 더 늘어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깡통이 한 번 찌그러지면 원래대로 돌아오지 못하는 것처럼 재정 악화라는 단기 충격이 경제구조에 영구적 흔적을 남기는 ‘이력 현상(hysteresis)’이 발생하는 것이다.
걸핏하면 국가 부도를 선언한 아르헨티나, ‘잃어버린 30년’에 빠진 일본, 2010년대 초 남유럽 재정 위기의 진원지였던 피그스(PIIGS, 포르투갈·아일랜드·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 등이 단적인 사례들이다. 재정 침체에 한번 빠지면 헤어나기 어렵다. 저출생·고령화, 복지 등 의무지출 증가 등 구조적 문제들이 주요 원인인 탓에 탈출하려면 구조 개혁 등 사회적 고통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우리나라의 정부 부채비율이 선진국 평균보다 낮다고 항변하지만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른 게 문제다. 미래 세대를 위해서라도 재정 침체 가능성을 경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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