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서울시의회가 문화재 주변 건축·개발 시 적용되던 ‘보존영향 검토’ 조항을 삭제한 조례 개정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문화재에서 100m 밖까지 영향을 따져보도록 한 조항을 없앤 것이 유효하다고 본 것으로, 보호보다 개발 재량에 무게를 둔 결정이다. 이에 따라 종묘 맞은편 세운4구역 등 도심 재개발 사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6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서울시의회를 상대로 낸 ‘서울특별시 문화재 보호 조례 일부개정조례안 의결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쟁점은 서울시 문화재 보호 조례 제19조 제5항의 삭제가 상위법 위반인지 여부였다. 이 조항은 문화재에서 100m 밖에서 이뤄지는 건설이라도 문화재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확실’한 경우, 보존영향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즉, ‘100m 밖이라도 문화재에 해가 될 수 있으면 심사하라’는 보호 규정이었다.
하지만 서울시의회는 2023년 해당 조항을 삭제했다. 당시 시의회는 “법률에 없는 과도한 규제로 인해 재개발 사업이 지나치게 지연되고 있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문화재청은 “상위법이 정한 보호 취지를 훼손한다”며 반발했고, 문체부는 서울시장에게 재의 요구를 지시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직접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해당 조항이 법이 반드시 두라고 정한 의무 규정은 아니며, 지방자치단체가 정책적 판단에 따라 둘 수도, 삭제할 수도 있는 사항이라고 보았다. 이어 대법원은 “문제가 된 조례가 폐지되었더라도, 무효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앞으로 조례를 다시 손볼 때 기준이 될 수 있다”며 소송을 심리할 이익은 남아 있다고 봤다. 다만 문체부가 “현행 조례에도 해당 규정이 빠져 있으므로 이 조례 역시 무효”라고 주장한 부분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새 조례의 효력을 다투려면 먼저 서울시장에게 다시 심의·표결을 요청하는 절차(재의 요구)를 거쳐야 하지만, 문체부는 이를 생략한 채 곧바로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은 문화재 보존 범위를 얼마나 넓게 볼 것인가를 둘러싼 갈등에서, 대법원이 지자체의 개발 재량에 상대적으로 더 무게를 둔 결정으로 해석된다. 특히 종묘(유네스코 세계유산) 맞은편 세운4구역 재개발과의 연관성이 크다. 이 지역은 종묘와 180m 거리로 ‘보존지역(100m)’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과거 조례가 유지됐다면 문화재 영향 검토가 필수였다. 시는 최근 세운4구역 건물 높이를 최고 145m까지 허용하는 계획을 확정했는데, 이번 판결로 개발 규제 논란의 한 축이 정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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