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가던 코스피가 5일 한때 3900선이 무너지는 등 심하게 요동쳤다. 7개월째 랠리가 계속되던 국내 증시에 빚을 내 투자한 자금이 25조 원을 돌파한 상황이어서 수익을 좇는 것 못지않게 변동성 관리의 중요성이 커졌다. 이날 코스피는 외국인이 2조 6000억 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전일 대비 117.32포인트(2.85%) 급락한 4004.42로 장을 마쳤다. 장중 한때 6% 넘게 폭락하며 3900선마저 붕괴됐고 원·달러 환율도 1450원에 근접하는 등 ‘패닉 셀(투매)’ 장세가 연출됐다. 간밤에 고평가 논란에 휩싸인 미국 기술주의 급락 여파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장중 각각 6%, 8% 급락하자 매도 사이드카까지 발동됐다. 개인투자자들이 ‘사자’에 나서며 낙폭을 줄였지만 불과 이틀 만에 지수가 220포인트가량 빠진 것은 그만큼 시장의 불안 심리가 커졌다는 신호로 읽힌다.
이재명 정부가 ‘코스피 5000 시대’를 내걸며 증시 부양에 나선 가운데 국내 증시는 올해 들어서만 70% 가까이 급등해 주요국 중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주식 매수를 위해 증권사에 맡긴 투자자 예탁금이 85조 원을 넘어서는 등 투자 열기가 뜨겁다. 다만 ‘빚투’로 불리는 개인 신용융자 잔액이 역대 최대인 25조 원대로 급증한 것은 잠재적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날 금융 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가 라디오에서 “빚투도 투자”라고 말한 것은 무책임한 행태다.
코스피는 반도체가 전체 시가총액의 30% 이상을 차지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흐름이 곧 시장 전체 방향을 좌우하고 있다. 다수 증권사는 반도체 슈퍼사이클 진입을 근거로 증시가 추가 상승할 것이라는 낙관론을 앞다퉈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면서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금융 당국은 이제라도 빚투 리스크 등 시장 관리에 힘써야 한다. 개인의 신용융자 규모를 적절히 관리하고 장기·분산 투자를 유도하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배당소득 분리 과세 최고세율 완화 등으로 투자 여건을 개선하는 것도 시급하다. 주가 상승의 기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건전하고 지속 가능한 증시 생태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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