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와지붕 아래 대가족이 모여 사는 풍경. 우리가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한옥의 이미지다. 하지만 그 운치와 멋은 대가족이 모여 살던 옛 시절에서 비롯됐다. 실상은 소수의 양반 계층만이 이를 누렸다. 홍원표·최리아·석연우 명지대 학생은 묻는다. “수백 년 전 개념에 머문 한옥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들의 작품 신한옥 공유주택 ‘모담’은 2025 한국건축문화대상 한옥분야 학생 부문 대상(국건위원장상)을 받으며 한옥을 현대적 공유 주거로 재해석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세 학생이 주목한 건 1인 가구의 급증이다. 혼자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고립감과 높은 주거비, 커뮤니티 부재 등 다양한 문제가 커지고 있다. 이들은 이 문제를 한옥으로 풀어보기로 했다. 폐쇄적이던 마당을 공유의 장으로 확장하고, 최신 자재와 공학 기술을 활용해 건강한 주거 공간을 만드는 것. 전통의 정체성을 지키되, 가장 도시적이고 다원적인 감각을 담은 새로운 한옥을 제안한 것이다.
건물은 5층 규모로 설계됐다. 1층에는 카페를 두어 마을 주민과 자연스럽게 만나도록 했다. 2층은 공용 공간으로 주방과 세탁실을 배치해 각 주거 단위의 약점을 보완한다. 혼자 살면서도 필요할 때 함께 쓸 수 있는 공간이다. 3층과 4층으로 이어지는 중심 공간에는 마당을 품은 중정을 두었다. 거주자들이 이곳을 공유하며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다.
건축적으로 눈에 띄는 건 한옥과 현대 건축의 접목이다. 상부 두 층은 한옥 지붕으로 구성하고, 4층과 3층 사이는 목조 난간으로 층을 구분했다. 1층과 2층에는 전통 담장을 설치해 5개 층 입면에서 한옥과 현대 건축이 어색하지 않게 어우러진다. 심사위원들은 “시대의 문제를 풀면서 성실하게 한옥을 표현하려 노력했다”고 평가했다. 단면 표현에서 다소 미숙한 점이 있지만 충분히 개선할 수 있는 수준이고, 현실적 한계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구체적 해법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구조적 문제를 고민한 흔적도 담겼다. 하이브리드 구조를 제안해 한옥의 전통 목구조와 현대 건축 기술을 결합했고, 단열 성능을 높이기 위해 지붕 구조 개선도 연구했다. 주택이나 공공건물 외에 다양한 용도의 건축이 한옥으로 전개될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 작품이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한옥은 박물관 속 유물도, 특정 계층만 누리는 사치품도 아니라는 것이다. 오늘을 사는 우리의 고민과 만나 진화할 수 있는 살아있는 건축이다. 혼자 살지만 외롭지 않고, 함께 살지만 자유로운 공간. 과거의 한옥이 대가족의 울타리였다면, 미래의 한옥은 1인 가구들이 모여 만드는 새로운 공동체의 그릇이 될 수 있다. 기와지붕 아래 혼자가 아닌 함께 사는 풍경. 모담은 한옥이 현대 도시에서 어떻게 숨 쉴 수 있는지 보여주는 하나의 해답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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