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현직 대통령의 재판을 중지하는 ‘재판중지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처리하지 않기로 3일 결론을 내렸다. ‘국정안정법’으로 이름을 바꿔 추진하겠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입장을 뒤집었다. 한미 관세 협상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 외교 성과를 토대로 국익 극대화에 집중하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헌법 84조에 따라 현직 대통령의 형사재판 중지는 당연하다”며 “대통령을 정쟁에 끌어들이지 말라”고 말했다. 상식에 반한 입법을 여당과 대통령실이 스스로 멈춘 것은 다행이다. 국정 안정은 재판을 중지한다고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법과 원칙에 따라 국민의 신뢰를 얻을 때 가능하다.
전 세계의 이목이 쏠렸던 ‘정상외교 슈퍼위크’가 막을 내린 만큼 이제는 세부 협상과 후속 조치에 속도를 내야 할 시점이다. 특히 한미 관세 협상의 마무리를 위해 ‘대미 투자 특별법’의 신속한 국회 처리가 필요하다. 관세 협상에 힘을 싣기 위해서라도 특별법은 여야 합의로 비준돼야 한다. 정부와 여당은 성과 홍보에 매달리기보다는 협상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야당에 협조를 구해야 할 것이다. 야당의 정당한 문제 제기를 ‘딴지 걸기’로 매도하는 식의 정치적 공격은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
여당이 이 대통령의 국익 중심 국정운영 기조에 맞추려면 한미 관세 협상 관련 후속 입법을 속히 추진해야 한다. 그러려면 위헌적인 사법부 흔들기부터 멈춰야 할 것이다. 재판중지법 철회에 이어 사법 개혁이라는 명분 아래 진행 중인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법왜곡죄 신설 등 위헌 소지가 있는 입법 추진도 중단해야 한다. 법원행정처 폐지, 사법행정위원회 설립 등으로 판사 인사권에 개입하려 해서도 안 된다.
지금 여당이 집중해야 할 것은 오직 ‘국익 극대화’다. 이를 위해 삼권분립 원칙을 훼손할 우려가 큰 일체의 정쟁을 멈추고 야당과의 협치를 모색해야 한다. 더구나 지금은 부동산 문제와 내수 부진 등으로 국민의 체감경기는 날로 악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4일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시정연설에 나서는 이 대통령도 화합의 정치를 지향하는 분명한 메시지를 발신해야 한다. APEC과 정상외교의 성과를 입법과 예산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야당을 설득하고 비판을 포용하는 ‘열린 협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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