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공룡' 네이버가 '네이버지도'를 앞세워 외국인 관광객(인바운드)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 최근 관광업계 민관협력 조직인 ‘한국방문의해위원회’에 가입한 것을 계기로, 지도부터 예약, 결제까지 아우르는 '관광 슈퍼 앱'을 완성해 업계 '게임 체인저'로 나선다는 구상이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최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위원장으로 있는 한국방문의해위원회 이사회 멤버가 됐다. 이는 올 4월 '서울시관광협회' 가입에 이은 행보다. 호텔, 항공 등 전통 여행업계가 주축인 단체에 네이버 같은 거대 IT 플랫폼이 합류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인바운드 시장 전면 진출을 알리는 신호로 읽힌다.
네이버의 핵심 경쟁력은 '네이버지도'다.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상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이 제한되는 특수한 국내 환경은, '세계 표준'인 구글맵이 보행·차량 길찾기 등 핵심 기능을 제대로 서비스하지 못하는 '서비스 공백'을 낳았다. 네이버는 이 틈을 기회로 삼아 영어·중국어·일본어 지원을 강화, 외국인 자유여행객(FIT)의 필수 앱으로 등극했다. 실제 문체부와 한국관광공사의 '2023 외래관광객 실태조사'에서 네이버지도(56.2%)는 구글맵(33.9%)을 큰 격차로 앞서며 1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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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의 청사진은 단순 '길찾기' 앱을 넘어선 '원스톱 관광 플랫폼'이다. 지도를 통해 확보한 관광객의 위치와 관심사 데이터를 '네이버예약'(식당·숙소), '네이버페이'(결제) 등 자사 서비스와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가령 경복궁을 검색한 외국인에게 주변 식당 예약을 바로 연동하고, 결제까지 유도해 네이버 생태계 안에 묶어두는 '록인(Lock-in)' 효과를 노린다.
이 생태계는 네이버 특유의 '개방형 협업' 방식으로 확장 중이다. 최근 하나투어 자회사인 하나투어ITC와 손잡고 K컬처 투어 등 전문 여행상품을 네이버 플랫폼에서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 대표적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하나투어 같은 대형사는 물론, 지역의 소규모 펜션이나 식당까지 누구나 네이버와 연동해 상품을 팔 수 있도록 하는 '개방형' 구조가 목표"라고 밝혔다.
네이버의 등판을 바라보는 기존 여행업계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강력한 플랫폼을 통해 외국인 고객에게 상품을 팔 수 있는 새 판로가 열렸다는 점은 분명한 '기회'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네이버 지도는 여행 서비스에 최적화돼 있어 기존 사업자에게 새로운 공급 채널이 될 것"이라고 반겼다. 하지만 플랫폼 종속에 대한 우려도 크다. 다른 관계자는 "네이버 의존도가 높아지면 결국 수수료 부담 등으로 종속될 수 있다"며 "기회인 동시에 위기라 셈법이 복잡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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