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0월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며 서울 전역을 규제지역으로 지정하기 위해 6~8월 통계를 사용했는데, 7~9월 통계를 반영했을 경우 도봉구와 은평구 등 서울 5개구는 제외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집 값이 오르지도 않았는데 규제 지역으로 지정됐다’는 강북 권역 주민들의 반발이 통계적으로도 뒷받침 된 셈이다. 정부는 정책을 심의하기 이전에 9월 통계가 확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9월 통계의 조사 시점은 대책이 발표되기 2주 전인 10월 1일로, 정부가 대책 발표까지 반영할 시간이 충분했다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2일 서울경제신문이 김은혜 의원실을 통해 규제지역 지정을 위해 근거로 삼은 집값 상승률과 물가 상승률의 반영 시점은 6~8월이다. 주택법에 따르면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위해서는 최근 3개월 간 집값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보다 1.5배 높아야 한다. 정부는 10월에 대책을 발표하면서도 조사 시점을 6~8월로 잡고 서울의 물가 상승률을 0.21%로 설정했다. 즉 0.21%의 1.5배인 0.315%보다 서울의 6~8월 집값 상승률이 높아 규제지역 요건을 만족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9월 통계를 반영했을 때 서울의 물가 상승률은 0.54%다. 이의 1.5배인 0.81%보다 서울의 집값 상승률이 높아야 규제지역 지정이 가능한데 9월 통계를 반영한 경우 △도봉△은평△중랑△강북△금천구 등 5개 지역이 요건에서 제외된다. 정부가 서울 전역을 규제지역으로 지정하기 위해 9월 통계를 의도적으로 배제했다는 논란이 제기되는 이유다. 실제 강북 지역은 전고점도 회복하지 않은 단지가 대부분이라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기도 했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9월 통계가 없어 6~8월 통계를 사용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사용한 한국부동산원의 전국주택가격동향 조사 시기는 ‘익월 1일’을 기준으로 전후 5일 간이다. 즉 9월 통계는 10월 초 확보할 수 있다는 뜻이다. 10·15 대책을 발표하기 위해 주거정책심의위원회가 13일 열렸는데, 이달 초 조사된 9월 주택가격동향 자료를 확보하고 심의할 시간적 여유가 2주 가까이 주어졌던 셈이다. 9월 소비자물가지수도 이달 2일 발표돼 규제지역 지정을 위한 자료로 쓰이기 충분했다. 정부는 공식 통계 발표 시점이 대책 발표 날과 같아 사용할 수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통계법 시행령 42조 3항에 따르면 ‘경제위기 또는 시장불안 등으로 관계 기관의 대응이 시급한 경우’의 한해 통계 사전 제공이 가능하다.
이를 두고 서울시에서도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서울시 관계자는 “국토부는 서울시에 규제지역 지정을 통보하면서 집값 상승률과 물가 상승률의 원본 데이터 조차 공유하지 않아 산식조차 몰랐다”며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조사했을 때도 서울 전역이 규제지역으로 지정 되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이 있어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조세법률주의 원칙상 국민에게 불리한 처분을 내릴 때는 법에 규정된 절차를 엄격히 준수해야 한다”며 “특히 규제지역 지정은 국민의 재산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가능한 한 최신 통계를 반영하는 것이 법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의원은 “정부가 충분히 예측 가능한 시점에 있던 9월 통계를 의도적으로 배제했다면 이는 10·15 대책 결과에 무리하게 끼워 맞추기 위한 통계조작으로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며 “법적 정당성과 국민 신뢰를 잃은 위법한 10·15 대책은 철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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