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군의 정찰위성 5호기가 2일 오후 2시 9분(한국 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정찰위성은 북한의 미사일·방사포 발사 준비 사실을 탐지해 추적·요격하는 ‘킬체인’의 핵심 자산이다.
군 임무에 적합한 중대형 정찰위성 5기를 띄워 한반도 상공을 약 2시간 간격으로 관측하겠다는 ‘425 사업’의 마지막 위성이다. 5호기가 우주에 올라 목표궤도에 안정적으로 안착해 북한의 도발 징후를 포착하는 ‘대북 감시망’이 더욱 촘촘해졌다.
국방부는 5호기의 성공 발사를 알리면서 “상 운용 중인 1∼4호기와 함께 군집 운용을 통해 24시간 전천후로 한반도 전역을 감시 정찰할 수 있는 독자적 능력을 구축하게 된다”고 밝혔다 .
5호기에는 앞서 발사된 2~4호기와 마찬가지로 기상 조건과 관계없이 주야간 촬영이 가능한 합성개구레이더(SAR)가 탑재돼 있다. 2023년 발사된 1호기는 전자광학(EO) 카메라와 적외선(IR) 센서를 탑재하고 있다.
군 정찰위성, 과연 성능을 어떨까.
“지상에 있는 30㎝ 물체도 식별이 가능합니다. 북한의 탱크 번호판까지 추적할 수 있고 김정은 동선은 손금 보듯 감시할 수 있습니다. 필요할 때, 원하는 북한 지역을 다 촬영할 수 있게 된 겁니다.”
군(軍) 정찰위성 개발에 참여한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 관계자가 군의 고해상도 영상 레이더(SAR) 위성 정밀도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가로세로 30㎝를 한 점으로 인식하는 높은 해상도도 덕분에 군사용 장비와 병력 이동을 감시할 수 있는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향도 일정 부분 추적할 수 있다.
425 사업은 EO·IR 위성 1기(1호기)와 SAR 위성 4기(2∼5호기) 등 정찰위성 총 5기를 배치하는 프로젝트다. SAR의 발음 ‘사’와 EO의 발음 ‘이오’를 합쳐 425(사이오)라는 이름이 붙었다.
1호기는 2023년 12월 발사돼 지난해 8월 전력화됐고 2호기는 지난해 4월 발사돼 올해 6월 전력화됐다. 3호기는 지난해 12월 발사돼 올해 7월 전력화됐고 4호기는 올해 4월 발사돼 시험 평가 후 결과 판정을 기다리고 있다.
주목할 점은 5호기 성공적으로 발사돼 동일한 SAR 위성이 4 기로 늘어난 만큼 정찰위성의 군집 운용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위성의 군집 운용은 여러 대의 위성이 동일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활용되는 것을 뜻한다. 정보 획득 기회가 많아지고 관측 각도가 다양해지는 것은 물론 위성 고장 등의 상황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실제로 우리 군의 정찰위성 5기는 EO·IR 위성과 SAR 위성을 복합해 운용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정찰위성 1호기는 전자광학 카메라 위성은 가시광선을 활용해 찍기 때문에 선명하게 볼 수 있지만 야간이나 악천후에는 찍을 수 없다. 적외선 위성은 야간에도 찍을 수 있지만 악천후에는 제한된다.
이런 단점을 극복하고 야간이나 악천후에도 전천후로 감시정찰을 할 수 있는 것이 SAR 위성이다. 우크라이나전에서도 핀란드 아이스아이 등 민간 업체들의 초소형 SAR 위성이 적극 활용되고 있다.
군 관계자는 “EO·IR 위성은 하루에 두 번 한반도를 재방문할 수 있지만 SAR 위성은 하루 4∼6회 정도로 2배 이상 자주 방문해 촬영할 수 있다”고 했다.
정찰위성은 군 감시 정찰의 핵심 전력으로 꼽힌다. 적의 핵·미사일 도발 징후를 신속히 탐지해 유사시 발사 전 이를 제거하는 데 필요한 군의 ‘눈’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또 적이 핵·미사일 공격을 실행하기 전에 이를 무력화하는 선제 타격 체계인 킬체인이 제대로 작동하는 데도 획기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군 정찰위성을 통해 군의 작전 영역이 우주로 확대되고 우주에서 북한의 전 지역을 감시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군의 작전 속도는 물론 더욱 정밀하고 공세적으로 전술을 변화시킬 수 있는 기반이 강화된다. 지상과 해상에서 첩보 수집 능력도 배가돼 작전 반경이 한층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북한도 지난 2023년 11월 국제사회의 우려 속에 군 정찰위성 3차 발사를 감행했다. 정찰위성 ‘만리경 1호’의 우주 안착에 성공했고 감시·정찰 임무 수행에 들어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만리경 1호’ 발사 다음날 평양종합관제소를 방문해 “정찰위성들을 더 많이 발사해 궤도에 배치하고 통합적·실용적으로 운용해 공화국 무력 앞에 적에 대한 가치 있는 실시간 정보를 풍부히 제공하고 대응 태세를 더욱 높여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북의 우주경쟁을 예고한 것이다.
이처럼 본격화된 남북한 군 정찰위성 경쟁, 기술적 측면에서 누가 우위에 있을까.
우리 군 정찰위성 해상도는 30㎝ 미만 수준이다. 세계 5위급이다. 이는 수백 ㎞ 상공에서 대북 감시정찰 최우선 표적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미사일 이동식 발사대는 물론 달리는 차량의 종류까지 식별할 수 있다.
북한의 정찰위성 ‘만리경 1호’ 성능에 대해 주한미군 기지는 물론 미 워싱턴과 본토 해군기지 등의 촬영에 성공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사진을 공개하지 않아 실제 성능은 미지수다.
다만 군 당국은 북한의 군 정찰위성은 3m 이상의 해상도를 가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해상도 3m는 수백 ㎞ 상공에서 가로세로 3m 크기의 물체를 하나의 점으로 식별할 수 있다는 의미다. 활용도가 군사용으로 쓰지 못하는 수준이다. 우리 군의 정찰위성이 가로세로 30㎝ 크기의 물체를 판별할 수 있는 것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기술적 격차가 있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북한 정찰위성이 초등학생 수준이라면 우리는 대학생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한발 더 나아가 우리 군은 425 사업과 별도로 2030년까지 소형 및 초소형 정찰위성 50∼60기를 확보하는 사업 계획도 별도 추진한다.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425 위성과 달리 초소형 정찰위성은 고체연료로 운용된다. 이를 통해 군 당국은 425 위성에 소형 및 초소형 정찰위성이 가세하는 2030년에는 북한을 바라보는 정찰 주기를 30분까지 단축할 방침이다.
북한이 보유한 고체연료 탄도미사일의 연료 준비 시간이 20~30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북한의 이상 동향을 포착할 확률이 그만큼 높아진 것이다. ‘공격 징후가 임박하면 먼저 북한을 제압한다’는 킬체인 역량이 대폭 강화됐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이런 역량을 ‘우리 눈’을 통해 확보한다는 점에서 대북 위성 정보의 상당 부분을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현 상황보다 독자적 작전 수행 능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방사청 관계자는 “우리 군은 신속한 징후 감시 및 조기 경보를 위해 초소형 위성 체계도 개발 중”이라며 “군 정찰위성 425 사업과 초소형 위성 체계의 상호 보완적 운용으로 군 독자적 감시 정찰 자산의 역량을 극대화해 북한 위성 대비 압도적 우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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