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공약이 ‘명실상부’가 아닌 ‘준(俊)’ 4군 체계라서 해병대 1사단만 작전통제권을 넘겨 주고 해병대 2사단은 육군 수도군단의 통제를 계속 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국방부가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인 ‘해병대 준(準)4군 체제’ 추진을 위해 국군조직법상 해병대의 고유임무를 확대하고 해병대 1사단 작전통제권의 회복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한 반응이다.
지난 9월 16일 국무회의에서 국정기획위원회 마련한 123대 국정과제 중 하나인 ‘준4군 체제로 해병대 개편안’을 확정했다. 이에 국방부는 내년 1분기 중으로 국군조직법을 개정해 해병대 고유임무를 재정의하고 상륙작전 및 신속대응 전담부대로 개편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해병대의 숙원과제 중 하나였던 해병대 1사단(포항) 작전통제권을 2028년까지 육군 제2작전사령부에서 해병대사령부로 돌려줄 계획이다. 다만 김포, 강화 등 수도권 서측방 경계·방어 임무를 수행하는 해병대 2사단 작전통제권 회복 문제는 바로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계속해 육군 통제를 받게 되는 것이다.
해병대사령부 예하에는 1·2사단과 6·9·특수수색 여단 등이 편제돼 있다. 이 가운데 1·2사단에 대한 작전통제권은 해병대가 아닌 육군에 있다. 1973년 해병대사령부가 해체되면서 예하 1·2사단 작전통제권이 육군에 이관됐다. 해병대사령부가 1987년 재창설됐지만 이들 부대에 대한 작전통제권은 계속 육군에 남겨뒀다.
국방부 관계자는 “1사단은 작전통제권을 원복해도 편제 보강을 통해 큰 영향 없이 기존 경계작전을 할 수 있지만 2사단은 맡고 있는 경계 범위가 매우 넓어 작전통제권을 원복하려면 연쇄적 부대 개편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군의 전체적인 부대구조 개편과 함께 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9월 발표한 이재명 정부 123대 국정과제에서 해병대의 독립성과 독자적인 작전권을 보장하고 부대구조 증강 및 사령부의 역량·위상을 제고해 해병대를 준 4군 체제로 개편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국정기획위원회가 육·해·공 3군 체제 하에 독립성을 강화한 해병대를 더한 ‘준(準) 4군 체제’로 개편하는 작업의 첫 단계로 해병대 1·2사단 작전통제권을 육군에서 해병대로 넘기는 안을 확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병대사령부가 해군에 통폐합된 1973년 이후 52년 만에 해병대사령관이 독자적인 작전지휘권을 행사할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군 내부에선 해병대의 독자적인 작전지휘권이 보장되면 김포와 포항의 해안과 서북도서 지역의 방어 능력이 대폭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해병대 1·2사단에 대한 작전통제권 회복은 해병대사령관이 인사권과 예산권을 갖고 온전하게 예하 부대를 지휘할 수 있는 지휘체계를 갖추게 되는 실질적 조치로 해병대 독립성을 보장하는 상징적 의미”라고 했다.
그러나 막상 두껑을 열고 보니 해병대 2사단의 작전통제권은 그대로 육군이 갖기로 했다. 이유는 체계적인 수도권 방어를 위한 지휘권 일원화 차원에서 육군 수도군단의 통제가 필요하다는 육군의 논리가 통한 것이다. 해병대사령부는 별다른 반응을 내놓고 있지 않지만 해병대 원로회와 해병대전우회 등에선 강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해병대 1·2사단 병력과 장비 등에 대한 인사권과 예산권은 해병대사령관이 갖고 이를 지원하고 있지만 현실은 정작 작전지휘권은 없는 지휘체계라 해병대사령권으로서 온전한 역할과 임무 수행에 제한이 있다.
무엇보다 어정쩡한 지휘체계 탓에 문제 발생 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 비판의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게다가 작전 수행 능력은 물론 돌발 상황 시 신속한 대응이 어렵다는 문제 제기도 끊이지 않고 있다.
당장 지난 2023년 경북 예천 지역 호우 피해 복구 작전 중 순직한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구명조끼 조차 없이 무리하게 수색 작전을 강행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었고 결국 이재명 정부 들어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가 임명돼 대대적인 수사가 진행 중이다.
심지어 2020년 7월 인천 강화도 연미정 인근 철책선 아래 ‘배수로 월북’에 대한 책임을 물어 해병대 2사단장을 보직 해임한 것을 두고 말들이 많았다.
당시 합참은 지휘책임이 있는 해병대사령관과 수도군단장은 엄중 경고하면서 해병대 2사단장은 보직해임 조치했다. 논란의 핵심은 강화도 해안·강변 경계 작전은 해병대 2사단 관할이지만 평시에 해병대 2사단은 수도군단의 작전통제를 받는 지휘체계 탓에 큰 사건이 터졌는데 육군 수도군단장은 문책에서 빠져 육군 이기주의라는 지적을 받았다.
그나마 육군은 제2작전사령부가 통제하는 해병대 1사단 작전통제권 회복에 대해선 비교적 무난하게 동의했다. 2작전사가 비육사 출신 지휘관이 맡은 보직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반면 육군은 수도군단이 통제하는 해병대 2사단의 작전통제권을 해병대사령부로 원복하는 건 강하게 반대했다. 수도 서울의 완벽한 경계·작전 태세 유지가 명분이지만 실제론 수도군단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합동참모본부를 제외한 육군 기준으로 3성 장성은 14개 자리가 있다. 이 가운데 수도방위사령관, 1군단장, 2군단장, 3군단장, 5군단장, 7기동군단장, 수도군단장, 특전사령관 등은 요직으로 육사 출신이 맡는다.
수도군단 예하의 상비사단은 육군 제17보병사단과 해병대 제2사단 뿐이다. 문제는 해병대 2사단의 작전통제권을 해병대사령관에게 넘기면 수도군단의 완편 상비사단은17사단만 남게 돼 수도군단 전력은 급격히 약화된다. 이럴 경우 수도방위사령부와 통·폐합이 논의될 가능성이 커 육사 출신이 가는 3성 장성 자리가 사라질 수 밖에 없다. 이 상황이 육군이 반대하는 진짜 속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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