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004170)면세점이 신라면세점에 이어 인천국제공항의 ‘알짜’ 면세구역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인천공항 면세점의 핵심 권역인 DF1, DF2가 모두 공실이 됐다. 이르면 다음달 인천국제공항공사가 관련 재입찰 공고를 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면세업계는 급변한 시장 상황을 두고 복잡한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신세계는 30일 신세계면세점을 운영하는 신세계디에프 이사회에서 인천공항 면세점 DF2사업권 반납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신세계는 신세계디에프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해당 구역을 내년 4월 27일까지 운영한 뒤 사업권을 최종 반납하게 된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고환율, 경기 둔화, 주요 고객의 구매력 감소 및 소비 패턴의 변화 등 부정적이고 예측하기 어려운 환경이 지속되고 있다”며 “운영을 지속하기에는 경영상 손실이 너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면세점의 이번 결정은 예견된 수순이라는 평가다. 앞서 9월 DF1 구역을 운영하던 신라면세점 역시 사업권 조기 반납을 결정한 바 있다.
두 회사는 2023년 해당 구역 입찰 당시 여객 수에 연동된 객단가 기반 임대료 조건으로 공사와 계약했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고환율과 중국인 관광객의 소비 패턴 변화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자 올해 법원에 나란히 민사조정을 신청하며 임대료 인하를 요구했다. 그러나 공항공사가 법원의 조정 권고안을 거부하면서 양사의 ‘탈(脫)인천공항’이 현실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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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사가 각각 약 19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위약금을 감수하고 철수를 강행한 것은 면세점 업황이 악화된 반면 임대료 부담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2021년 17조 8000억 원에 달했던 국내 면세점 매출액은 지난해 14조 2000억 원으로 감소했다. 한 면세 업계 관계자는 “과거처럼 공항 면세점을 ‘울며 겨자 먹기’로 운영하며 브랜드 인지도를 유지하는 전략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인천공항이 다음 달 발표할 신규 입찰 공고에 어느 업체가 참여할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2023년 입찰에서 고배를 마셨던 롯데면세점이다. 당시 무리한 입찰을 자제해 상대적으로 자금 여력이 충분한 데다 ‘공항 복귀’라는 상징성도 크다. 사업 확장을 노리는 현대면세점도 다크호스로 꼽힌다. 원칙적으로는 이번에 철수한 신라와 신세계도 재입찰 참여가 가능하다. 중국 CDFG의 재참여 여부도 변수로 꼽힌다.
관건은 인천공항이 어떤 입찰 조건을 제시할지다. 통상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은 사업제안서(정성평가) 60%, 입찰가격(정량평가) 40%를 합산해 결정된다. 직전 입찰과는 달리 면세 업계의 부진으로 인천공항의 입점 매력도 자체가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공항 입장에서는 유찰 사태를 막고 흥행을 위해 정량평가의 기준이 되는 최소 입찰 임대료 조건을 현실화하고 정성평가의 문턱을 낮출 가능성이 있다. 신라와 신세계의 재입찰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관련 감점 요인을 완화하는 등 유연한 기준을 적용할 경우 경쟁 구도를 다시 만들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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