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적인 적자의 늪에 빠졌던 면세업계가 허리띠 졸라매기와 외국인 관광객 증가라는 쌍끌이 효과에 힘입어 실적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신라면세점의 철수로 인천국제공항이 다음달 실시할 면세점 신규 입찰이 업황 회복 기대감에 힘입어 흥행에 성공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면세업계의 3분기 실적은 길었던 부진의 터널 끝에서 한 줄기 빛을 발견한 모습이다. 2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등에 따르면 현대백화점(069960) 면세점 부문은 올해 3분기 30억 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을 할 전망이다. 2023년 3분기 이후 줄곧 영업 적자를 기록하다가 8개 분기 만에 턴어라운드 하는 것이다. 올해 8월 문을 닫은 동대문점 철수에 따른 고정비 절감 효과가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다.
호텔신라(008770)와 신세계(004170)디에프(신세계면세점)는 3분기 각각 20억 원 수준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수백억 원대 적자를 기록했던 전년 동기 대비 대폭 개선될 것으로 예상됐다. 희망퇴직 등 비용 효율화 노력과 시내 면세점 간 출혈 경쟁 완화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비상장사인 호텔롯데(롯데면세점)도 올해 초 수익성 악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중국 보따리상(다이궁)과의 거래 중단을 결정한 것이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된다.
면세업계 실적 개선의 또 다른 축은 외국인 관광객 증가세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1~8월 방한 외국인은 1238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 늘었다. 특히 K팝, K드라마 등 한류 콘텐츠의 글로벌 확산은 방한 수요를 꾸준히 자극하고 있다. 최근 정부가 시행한 중국인 단체관광객 대상 무비자 입국 정책은 객단가가 높은 유커(중국인 단체관광객)의 귀환을 촉진해 면세업계의 4분기 실적 회복 기대감을 더욱 높인다.
관련기사
박종렬 흥국증권 연구원은 "K컬처 열풍이 방한 심리를 자극하는 것은 분명 긍정적 신호"라면서도 "면세업계의 본격적인 회복은 결국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핵심 시장의 인바운드 규모가 얼마나 지속적으로 확대되느냐에 좌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폭이나마 면세업계의 실적이 개선될 조짐을 보이면서 신라면세점이 철수한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신규 입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이르면 다음달 신라가 운영하던 DF1(향수·화장품·주류) 구역에 대한 신규 사업자 선정 공고를 낼 예정이다. 여전히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평가받는 공항 임대료 부담 속에서 최근의 실적 개선 조짐이 업계의 투자 심리를 얼마나 회복시킬지 가늠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다만 이번 DF1 입찰은 변수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앞서 신라면세점과 함께 인천공항에 임대료 조정을 신청했던 신세계면세점의 거취가 아직 유동적이다. 업계에서는 신세계 역시 공항 면세사업의 수익성에 대해 그룹 차원에서 다각도로 검토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인천공항에 면세점이 없는 롯데면세점이 '공항 복귀'라는 상징성을 위해 입찰에 참여할 가장 유력한 후보로 관측된다. 사업 확장을 노리는 현대백화점면세점도 다크호스로 꼽힌다. 막강한 자본력의 중국 국영 CDFG 참여 여부도 빼놓을 수 없는 변수다.
입찰 주체인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스탠스는 또 다른 변수다. 공사가 입찰 흥행을 위해 이전보다 현실화한 임대료 조건을 제시하고, 철수한 신라면세점에 대한 페널티(향후 입찰 참여 제한 등)를 면제하는 등 파격적인 카드를 꺼낼 경우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신라 입장에서도 낮은 임대료로 공항 핵심 구역에 재입성하는 것이 실리적 판단일 수 있다. 공사가 제시할 입찰 조건과 신라의 재등판 여부 역시 이번 입찰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loud@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