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여 만에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의 ‘세기의 담판’이 무역 갈등을 일시 봉합하는 모양새로 끝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부산 김해공군기지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마친 뒤 귀국길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를 1년 유예하고 대두 등 미국산 농산물을 즉시 구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신 미국은 대중국 관세를 기존 20%에서 10%로 내리기로 했다. 중국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대만 문제는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4월 중국을 방문하고 이후 시 주석이 미국을 찾기로 했다. 양측이 확전을 자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한국이 당분간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불똥을 피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이번 합의는 ‘빅딜’이 아닌 ‘스몰딜’에 그쳐 포성이 일시적으로 잦아든 것에 불과하다.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해 보호무역주의, 공급망 재편, 핵심 기술의 대중국 수출 제재 등에 속도와 강도를 더하고 있는 추세다. 중국도 과거의 수세적 태세에서 벗어나 ‘트럼프 스타일’의 보복 조치 등 강공책을 내세우며 미국을 무역 협상장에 앉히는 데 성공했다. 앞으로도 중국은 미국과 대등한 초강대국 지위를 과시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미중 전략 경쟁의 여파로 ‘한미일 대 북중러’ 대결 구도가 가열되면서 한반도 안보 위협은 앞으로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미중 갈등이 격화할수록 조선·반도체 등 한미 간 협력 산업에 대한 중국의 견제도 더 노골화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말대로 과거와 같은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태도를 취할 수 없는 상황이다. 모호한 균형론을 내세우다가는 미중 사이에 낀 ‘넛크래커’ 신세가 될 수 있다. 이 대통령이 내건 실용외교는 확고한 자유민주주의 가치와 한미 동맹에 기반할 때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한미일 삼각 공조의 한 축을 이루는 일본과의 긴밀한 협력 관계도 중요하다. 이날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의 첫 한일 정상회담에서 확인된 양국 간 셔틀외교 지속 방침과 미래지향적 협력 의지가 과거사 등에 발목 잡히는 일이 없어야 한다. 한반도 비핵화와 한중 경제 교류 확대를 위해 중국과 우호적 관계를 지속하는 것도 필수불가결하다. 절체절명의 시기를 맞아 우리 경제·외교의 지평을 넓힐 수 있는 지혜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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