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7개월간의 의정 갈등 끝에 올 9월 복귀한 전공의와 인턴들에게까지 정부가 내년 2월 전문의 시험 응시와 레지던트 지원의 길을 열어줘 특혜 논란이 일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의료 인력 수급 관리 차원이라고 설명하지만 수련 기간이 6개월이나 남은 전공의에게 앞서 복귀한 이들과 동등한 응시 기회를 주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 통상 의대 졸업 후 국가시험에 합격한 일반의는 인턴 1년, 레지던트 3~4년 과정을 거친 뒤 매년 2월 전문의 시험을 치르므로 9월 복귀한 레지던트 마지막 연차는 내년 8월까지 수련을 마친 뒤 2027년 2월 시험에 응시해야 한다. 그럼에도 복지부가 예외를 허용한 데 대해 1300여 명에 달하는 전공의 문제를 봉합하려는 행정편의주의이며 의사 수련 체계의 기본 취지를 훼손한 결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의료 현장도 혼란스럽다. 전문의 시험을 대비해야 하는 전공의들이 준비 기간을 요구할 경우 그러잖아도 이미 인력난이 심각한 병원은 업무 공백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벌써 일부 병원에서는 관례를 들어 10월부터 근무 열외를 요구하는 전공의들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시험 합격 후 8월까지 수련을 이어가야 한다지만 합격증을 받은 뒤에도 제대로 수련이 이뤄질지 의문이다. 올 3월과 6월 ‘배신자’라는 비난을 감수하며 조기 복귀한 전공의들은 이번 조치가 역차별이라며 복귀 시기와 공헌도를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6개월간의 의료 인력 공백을 우려한 고육지책이라고 해도 이번 조치는 명백한 특혜다. 원칙 없는 예외가 반복되면 제도의 신뢰는 무너진다.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는 식의 인식이 확산된다면 의료계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돌이킬 수 없게 훼손될 것이다. 이달 20일 의료대란 비상진료 체계가 종료됐지만 의료 개혁에 대한 요구는 여전히 높다. 정부는 의료 갈등을 봉합하기 위한 임시방편을 넘어 지역·필수의료 강화와 의대 정원 확대 등 의료 개혁을 힘있게 추진해야 한다. 전공의를 포함한 의료계도 더는 특혜에 기대지 말고 직역 이기주의도 버려야 한다.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며 의료 개혁에 동참할 때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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