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일간 이어진 한미 관세협상이 극적인 타결을 이뤘다. 지난 7월 30일 구두 합의 이후 난항을 겪던 협상이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최종 마무리되면서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개 석상에서 한국 측 협상력을 직접 언급하며 찬사를 보냈다.
29일 트럼프 대통령은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 연설에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훌륭한 분이자 아주 까다로운 협상가"라며 “조금 능력이 부족한 사람을 만났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협상 관련 저서를 낸 저자이자 오랜 기간 기업가로 활동해 온 트럼프 대통령이 상대국 실무자를 공개적으로 치켜세운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모두 협상을 잘했다”며 “탁월한 협상가들이 만들어낸 성과”라고 자국 실무진에도 공을 돌렸다.
지난 7월 21일 취임한 김 장관은 취임 103일 만에 한미 관세 협상의 최종 타결을 이끌어냈다. 산업통상부 내에서는 “취임 100일이 아니라 협상 100일이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협상 전반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이번 합의로 미국의 대(對)한국 관세는 25%에서 15%로 낮아지게 됐다. 한국은 총 3500억 달러 가운데 2000억 달러를 현금으로, 나머지 1500억 달러를 조선·에너지 협력 프로젝트에 분할 투자한다. 연간 투자 한도는 200억 달러로 설정돼 외환시장 충격을 최소화했다.
김 장관은 이번 협상 과정에서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 대통령의 화법을 연구하기 위해 ‘역할극’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처럼 말하려 노력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말투는 매우 간결하고 직설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협상 당시 미국 측이 30개월 이상 된 소고기 제품의 수입 제한을 해제하라고 압박하자 김 장관은 과거 한국에서 발생했던 광우병 시위 장면을 보여주며 해당 요구를 철회시켰다는 일화도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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