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대장주인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이 전날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한 데 힘입어 사상 처음으로 5조 달러(약 7100조 원)를 돌파했다. 시총이 석달여 만에 1조 달러 더 늘어나며 세계 3위 경제대국인 독일의 국내총생산(GDP)보다 많은 수준이 됐다.
29일(현지 시간)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는 전 거래일보다 2.99% 상승한 207.04달러에 마감했다.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재경신하며 시총은 5조 311억 달러까지 불어났다. 전 세계 증시에서 시총 5조 달러를 넘은 기업은 엔비디아가 역사상 처음이다. 엔비디아는 지난 7월 10일 시총 4조 달러 벽을 최초로 넘어선지 불과 3개월여 만에 1조 달러를 더 불렸다. 이는 시총 2위인 마이크로소프트(4조 254억 달러)보다 1조 달러 이상 많은 수준이다.
특히 엔비디아의 시총은 세계 3위 경제대국인 독일의 명목 GDP보다 많은 규모가 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독일의 명목 GDP가 5조 1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기업 가치는 네덜란드, 스페인, 아랍에미리트(UAE), 이탈리아, 폴란드 증시 전체 시총을 합친 것보다 더 크다.
엔비디아가 이날 강세를 보인 것은 전날 워싱턴DC에서 개최한 개발자 행사(GTC)에서 AI 관련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엔비디아 개발자 행사가 미국 수도 워싱턴DC에서 개최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이 자리에서 “미국 에너지부가 엔비디아와 협력해 새로운 AI 슈퍼컴퓨터 7대를 구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 슈퍼컴퓨터는 양자컴퓨터 기반으로 구성되며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들인 아르곤 국립연구소와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에 설치된다. 이들 연구소가 핵무기와 핵에너지 관련 연구도 수행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엔비디아의 슈퍼컴퓨터가 미국 국방·에너지 분야의 핵심 연구에 적용되는 셈이다. 황 CEO는 “국가 역량을 에너지 성장 지원에 투입한 것은 완전한 게임체인저(상황 전개를 바꾸는 지점)였다”며 “이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또 핀란드의 통신장비 회사 노키아의 6세대(6G) 기지국에 자사 칩을 탑재해 전력 효율성을 개선할 계획이라고도 발표했다. 엔비디아는 이와 관련해 노키아에 10억 달러를 투자해 지분 2.9%를 확보할 방침이다. 황 CEO는 “통신망은 모든 산업의 척추”라며 “미국이 6G 통신의 중심이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황 CEO는 최고 사양 AI 반도체인 ‘블랙웰’과 ‘루빈’의 매출액이 올해에만 5000억 달러를 넘어섰다고도 소개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나아가 엔비디아가 곧 이어 삼성전자(005930), 현대차(005380)그룹 등에 칩을 공급하는 계약을 잇달아 체결할 예정인 점도 주가 상승에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30일 부산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엔비디아의 블랙웰 칩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언급한 점도 주가 상승에 영향을 줬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일본에서 한국으로 이동하는 전용기 안에서 취재진과 만나 엔비디아의 블랙웰과 관련해 “아마 시 주석과 이 얘기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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