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 협상이 29일 극적으로 타결됐다. 최대 쟁점이던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금융 패키지는 2000억 달러를 현금으로 투자하되 연간 투자 한도를 200억 달러로 제한하기로 했다. 나머지 1500억 달러는 우리 기업 주도로 ‘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에 투자된다. 이번 타결로 자동차 관세는 25%에서 15%로 낮아지고 반도체는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불리하지 않은 수준의 관세가 적용된다. 우려했던 쌀·쇠고기 등 민감한 농산물의 추가 개방 요구도 막아냈다. 안보 분야에서도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다. 양국은 2035년까지 한국의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3.5% 수준으로 확대하고 핵추진잠수함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이뤄 후속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이번 협상의 핵심은 대미 투자 금융 패키지의 분할 투자 방식과 원금 회수 구조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시장 매입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조달해 외환시장 충격을 완화할 것”이라며 “상업적 합리성 원칙에 따라 대미 투자 원금 회수 장치를 양해각서(MOU)에 명시했다”고 설명했다. 일본보다 불리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던 수익 배분 원칙도 한미 간 5대5로 설정하고 20년 내 원리금이 전액 회수되지 않을 경우 비율을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현금 투자 비중을 줄이지 못하고 보증 등으로 부담을 완화하지 못한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그래도 납입 시기와 금액을 조정해 외환시장 충격을 최소화한 점은 평가할 만하다.
관세 협상이 타결됐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다. 세부 후속 협상은 물론 투자위원회를 통한 추가 안전장치 마련이 필요하다. 대미투자특별법에 대한 여야의 초당적 협력도 확보돼야 한다. 관세 인하의 소급 적용과 대미 투자 금융 패키지의 법적 근거가 명확히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번 합의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 안보 분야 후속 조치도 속도를 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제안한 ‘핵잠수함 연료 공급’은 북핵 위협 대응 차원에서 꼭 필요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대화 재개를 모색하며 한반도 안정 의지를 보인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를 배제하고 비핵화 목표를 제외한 채 진행되는 이른바 ‘트럼프식 북미 대화’는 위험 요소가 크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 행보에 보조만 맞추는 ‘페이스메이커’가 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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