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005380)그룹이 수소전기차(FCEV)와 목적기반차량(PBV)을 앞세워 ‘수입차의 무덤’으로 불리는 일본 열도를 공략한다. 2001년 일본에 진출한 현대차는 도요타 등 현지 완성차 브랜드에 강한 선호도를 가진 소비자의 벽에 부딪혀 8년 만에 시장에서 철수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내연기관차 경쟁을 과감히 포기하고 일본 브랜드들이 약한 무공해차량(ZEV)과 PBV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현대차·기아(000270)는 29일(현지 시간)부터 일본 도쿄 빅 사이트에서 열리는 ‘재팬 모빌리티쇼 2025’에 참가한다고 밝혔다. 행사는 11월 9일까지 이어진다. 현대차·기아가 재팬 모빌리티쇼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각각 12년, 20년 만이다.
현대차는 올 4월 새롭게 출시한 FCEV ‘디 올 뉴 넥쏘’를 일본 시장에 최초 공개했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시작된 최초의 FCEV 개발 프로젝트 ‘머큐리 프로젝트’부터 현대차그룹의 수소 사업 브랜드 ‘HTWO’까지 현대차의 수소 기술 개발 여정도 함께 소개했다.
현대차는 세계 수소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기술력을 앞세워 승부수를 띄운다는 전략이다. 넥쏘 1세대 모델 이후 7년 만에 나온 디 올 뉴 넥쏘는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시간) 7.8초에 5분 내외의 충전 시간으로 최대 720㎞까지 주행 가능한 성능을 갖췄다.
현대차는 이와 함께 대표 전기차인 아이오닉5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전기차 인스터(국내명 캐스퍼 일렉트릭) 확장형 모델인 인스터 크로스, 인스터의 콘셉트카 인스터로이드를 내놓았다. 인스터는 4월 일본 출시 후 인기를 얻고 있는 모델이다. 일본자동차수입협회에 따르면 1~9월 현대차의 일본 시장 판매량은 인스터의 판매 확대로 759대까지 늘어 지난해 판매량(618대)을 이미 넘어섰다. 현대차는 일본에서 인스터를 비롯해 코나EV, 아이오닉5, 아이오닉5 N을 판매하고 있다.
기아는 이번 전시에서 전동화 전용 PBV인 PV5를 일본에 처음 선보이며 EV 밴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기아는 2030년까지 신차 판매의 30%를 전기차로 전환한다는 일본 정부의 탄소 중립 정책에 따라 EV 밴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PV5의 빠른 투입을 결정했다. 넓은 실내 공간과 전용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갖춰 일본 고객들이 요구하는 다양한 비즈니스 환경을 충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PV5의 ‘플렉시블 보디 시스템’은 차체·도어·테일게이트 등 주요 부품을 퍼즐처럼 모듈화해 최대 16개의 보디 구성으로 확장할 수 있다.
기아는 특히 일본 내 PBV 시장 진입을 위해 현지 유력 종합 상사인 소지쓰와 신규 법인 ‘기아 PBV 재팬’을 설립했다. 2026년 딜러 8개와 서비스센터 100개 구축을 시작으로 일본 전역에 판매 및 서비스 네트워크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2027년에는 후속 모델 PV7 출시도 준비 중이다.
김상대 기아 PBV비즈니스사업부장은 “단순한 신차 출시를 넘어 일본 사회에 새로운 모빌리티의 모습을 선보인다는 데 의미가 크다”며 “PBV 사업 조기 안정화를 이뤄내 일본 사회가 직면한 환경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 신뢰받는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의 일본 시장 전기차 판매량은 전체의 1~2%대에 불과해 신차 마케팅에 적극 나서면 향후 성장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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