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일 이태원에 충분한 경찰이 배치돼 있었는지, 아름다운 청년들이 세상을 떠나는 참사가 벌어지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10·29 이태원 참사 3주기를 맞아 외국인 희생자 유가족들이 한국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이들은 참사의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8일 서울 종로구 이태원 참사 기억소통 공간 ‘별들의집’에서 열린 간담회에는 10개국 희생자 유가족 34명이 참석했다. 유가족들은 지난 24일 정부 초청으로 방한해 추모식과 특별조사위원회 진술조사 등 일정을 소화했다.
이들은 참사 이후 3년이 흘렀지만 한국 정부로부터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매일 아침 ‘악몽을 꾸는 것이었으면’ 한다”며 말문을 연 노르웨이인 희생자 가족 에릭 에벤센 씨는 “딸의 시신이 고국에 왔을 때 방부 처리가 돼 있었는데 일반적으로 이뤄지는 절차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고인의 사진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은 그는 눈물을 흘리며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이란 희생자 소마예 모기미 네자드씨의 언니 마나즈 씨도 “동생의 시신이 방부 처리된 이유에 대해 ‘사망한 지 열흘이 지났기 때문’이라는 답을 들었는데 납득이 어렵다”고 했다.
외국인 유가족에 대한 한국 정부의 지원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마나즈 씨는 “2주기 당시 유족이 한국을 방문하려면 별도 비자를 신청해야 한다는 사실을 불과 일주일 전에 알려줬다”며 “만약 이란에서 한국인 유학생이 피해를 입었다면 한국에서는 이란을 어떻게 생각했을지 묻고 싶다”고 토로했다. 알리레자 올리아이 씨의 누나 파테메 씨도 “이란 방송을 보고 나서 사건을 알았다”며 “한국과 이란은 5시간 정도 차이가 나는데, 5시간이나 늦게 안 것”이라고 지적했다.
3년 전 각자의 이야기를 안고 한국을 찾았던 희생자들을 떠올리기도 했다. 프랑스인 희생자의 아버지 파스칼 게네고 씨는 “아들은 한국의 문화와 역동성을 굉장히 사랑했다”며 “아들에게 삶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기회였는데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고 말했다. 카자흐스탄 희생자 마다나 씨의 유가족은 “동생은 공부를 위해 한국을 방문했고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라 믿었다”며 “안전 교육을 강화해 이런 일이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무엇보다 참사의 책임과 원인이 명확히 규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네고 씨는 “참사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헌신하는 분과 한국 방문을 도와준 유가족 협회에 감사하다”며 “진실이 온전히 드러나길 진심으로 원한다”고 전했다. 파테메 씨도 “이번 참사는 한 사람이 죽은 것이 아니라 우리의 희망과 삶이 사라진 것”이라며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에 대해 많은 의문을 가지고 있고 진실이 밝혀지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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