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거래허가구역이 서울 전역으로 확대되면서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고 이주 및 철거 절차를 앞둔 재건축·재개발 예정지의 세입자들이 인근에서 전세 물건을 찾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실거주 의무 적용으로 전월세 등 임차 매물이 대폭 줄어든 가운데 전월세 가격도 오름세여서 인근 주택으로는 이사 갈 집을 구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특히 재건축 예정 아파트의 전세 가격이 인근 신축 아파트 전세가보다 저렴해 인근에서 전세 이동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기존 전세 보증금을 들고 서울 밖으로 밀려나는 세입자가 많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세입자들이 인근 오피스텔이나 빌라 월세로 이동하면서 비아파트 시장 월세가 치솟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2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강남구청으로부터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은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5단지’는 빠르면 올해 12월부터 이주를 앞두고 있다. 거주 중인 세입자는 서둘러 이주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동일 주택형을 유지하면서 인근으로 이주하려면 최소 1억 5000만~2억 원의 현금이 추가로 필요하다. 개포주공5단지 전용 83㎡의 전세 시세는 3억 5000만~4억 원이지만 바로 옆 개포주공6단지 전용 84㎡ 전세 보증금은 6억 원부터 시작한다. 개포동 A 중개업소 대표는 “전세대출 문턱이 높아져서 자금 조달이 어려운데 같은 전세 가격으로는 집 크기를 줄여서 가야 한다”며 “향후 매도를 생각하는 장기 소유주는 전세입자 낀 매도를 고려하고 있어 월세로 매물을 내놓지 않기 때문에 월세 들어갈 수 있는 집도 극히 적다”고 설명했다. 개포주공6단지 전체 1060가구 중 현재 월세로 나온 임차 매물은 전 주택형을 통틀어 6건뿐이다. 더 큰 문제는 개포주공6단지 역시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어서 수년 내 또다시 이주 및 철거 작업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이다. 개포동의 B 중개업소 대표는 “6단지도 이주를 하게 되면 세입자들은 돌려받은 전세금으로 이동할 수 있는 인근의 아파트가 없다”며 “결국 이들은 경기도로 밀려날 수 있다”고 전했다.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7차’와 ‘신반포12차’ ‘신반포16차’ 단지도 지난달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고 늦어도 내년 1월부터는 이주를 계획하고 있다. 신반포12차 전용 55㎡는 이주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전세 가격이 2억 원까지 떨어졌다. 잠원동 B 중개업소 대표는 “자녀 학교 통학 문제로 동네를 벗어나고 싶어 하지 않는 세입자가 많지만 인근 신축 전세는 엄두도 못 내고 구축 전세도 감당이 어려워 경기도로 이사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신반포27차 단지와 붙어 있는 잠원한신의 경우 전용 84㎡ 전세 가격이 9억 원을 웃돌아 3배 이상 높다.
이 때문에 집값 안정화를 위한 규제가 결국 실수요자의 불편을 가중시킨다는 우려의 소리가 나온다. 대치동 C 중개업소 대표는 “가정마다 직장이나 자녀 학교, 돌봄 양육 등 다양한 사정에 따라 주거와 소유를 분리할 수 있는데 이를 막으면 시장 참여자의 비용 부담이 높아진다”며 “서울 전역이 토허구역으로 묶인 상태에서 전세입자를 낀 매매 거래가 이뤄지려면 기존 세입자로부터 ‘임대차 계약 종료 확인서’도 받아야 하는 탓에 집주인들은 협조적인 사람을 선별해서 세입자로 받을 수밖에 없고 세입자만 집 구하기가 힘들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nice89@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