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잇따른 대출 규제 이후 은행 예금은 눈에 띄게 줄고 있는 반면 마이너스통장(신용 한도 대출) 잔액은 빠르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강도 규제로 주택담보대출에 제동이 걸리자 가계가 끌어모을 수 있는 모든 자금을 총동원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수시입출금식 예금을 포함한 요구불예금은 이달 23일 기준 649조 5330억 원으로 9월 말(669조 7238억 원)과 비교해 20조 1908억 원 줄었다. 하루 평균 8779억 원씩 빠져나간 셈이다. 요구불예금은 아직 뚜렷한 용도나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대기 중인 시중 자금이다. 최근 유출된 예금 가운데 상당 부분이 부동산이나 증시로 흘러든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국내 투자자 예탁금은 20일 80조 6257억 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가계대출에서는 이례적으로 주담대가 아닌 마이너스통장 중심의 신용대출이 증가세를 이끌고 있다. 정부의 잇따른 규제로 주담대를 충분히 받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5대 은행의 23일 기준 신용대출 잔액은 104조 5213억 원으로 9월 말(103조 8079억 원)보다 7134억 원 늘었다. 지난달 2711억 원 줄어든 것과는 대조적이다. 특히 마이너스통장 잔액이 같은 기간 38조 7893억 원에서 39조 3202억 원으로 5309억 원 급증했다. 지난해 8월(5704억 원) 이후 1년 2개월 만에 최대 증가 폭이다. 은행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대출 규제 발표 이후 계약금이나 중도금 등 부동산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마이너스통장을 이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체 가계대출 잔액(765조 9813억 원)은 이달 들어 1조 8864억 원 불었다. 이대로라면 10월 증가 규모는 2조 원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주담대 증가 폭은 1조 2183억 원에 그치고 있다. 정부 대책 이후 급감한 9월(1조 3134억 원)보다도 작은 규모다. 주담대 중 전세자금대출은 1434억 원 줄었다. 전세자금대출이 9월(-344억 원)에 이어 두 달 연속 줄어든 것은 지난해 4월 이후 1년 6개월 만에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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