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국정감사 기간이자 휴일인 26일 매우 이례적으로 본회의를 열어 70여 건에 달하는 비쟁점 민생 법안을 처리했다. 일명 ‘응급실 뺑뺑이 방지법’인 응급의료법 개정안을 비롯해 인구감소지역의 어린이집 운영 지원 확대를 위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 등 여야 합의가 이뤄진 법안들이 무더기로 통과됐다. 국감 기간에 휴일 본회의가 열린 것은 여야의 극한 대립으로 방치됐던 민생 법안 처리를 더는 미루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양당 지도부에서 형성됐기 때문이다. 국민의 생활과 직결되는 이들 법안은 일찌감치 상임위원회에서 의결돼 본회의 통과만 남겨놓고 있었는데도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 4개 쟁점 법안을 둘러싼 ‘필리버스터’ 대치 정국에 뒷전으로 밀려 있었다.
국회가 뒤늦게나마 힘을 합쳐 비쟁점 법안들을 처리한 것은 다행스럽지만 민심은 이미 싸늘하게 식은 상태다. 여야가 민생을 내팽개친 채 정쟁을 벌이는 사이 수많은 환자들이 응급실을 찾지 못해 길에서 ‘골든타임’을 허비하고 도서 벽지의 아이들은 돌봄 기회에서 소외돼왔다. 입법기관으로서의 책임을 등한시한 양당 모두가 통렬하게 반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제라도 여야가 ‘경제 살리기’ 입법을 서둘러야 싸늘해진 민심을 되돌릴 수 있다. 아직도 국회에는 국가 경쟁력을 제고하는 데 긴요한데도 발목이 잡혀 있는 법안들이 수두룩하다. 철강 산업을 살릴 ‘K스틸법’은 여야 의원 106명이 공동 발의한 지 3개월이 다 되도록 진전이 없고 반도체 육성을 위해 발의된 총 9개의 반도체 지원 법안들도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경제계가 요구하는 30개 입법 과제를 국회에 건의하면서 “여야 모두 발의한 14개 법안은 내용상 이견이 없는데도 논의가 지연되고 있다”며 신속 처리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말대로 ‘경제는 타이밍’이다.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관세전쟁과 치열한 기술 경쟁에서 살아남고 경제가 저성장 터널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지체 없는 경제 살리기 입법이 뒷받침돼야 한다. 여야는 주52시간 근무제 특례를 적용하는 반도체특별법과 K스틸법 등 주력 산업 지원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키고 기업 경영에 부담이 되는 노란봉투법과 ‘더 센 상법’의 보완 입법도 서둘러야 한다. 국민들은 소모적 정쟁으로 국익과 민생을 해치는 ‘직무유기’ 국회를 더는 보고 싶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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