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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수치 정상이라도, 안심 금물”…침묵의 장기가 보내는 위험신호 [건강 팁]

■ 유수종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초기 증상 없는 간염, 방치 땐 간경화·간암 유발

올해부터 국가검진에 ‘C형 간염 항체 검사’ 포함

C형 간염, 항바이러스제 조기 투여 완치율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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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은 병이 상당히 진행되기 전까지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침묵의 장기'라 불린다. 특히 국내에는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가 많아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간염은 바이러스, 알코올, 지방간, 약물 등으로 인해 간에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바이러스 간염은 감염 원인에 따라 크게 A∙B∙C형으로 나뉜다. 지속 기간에 따라 6개월 미만을 급성, 6개월 이상을 만성으로 구분한다. 만성 간염이 있으면 장기적으로 간세포가 손상되고 섬유화가 발생해 간경변증(간경화)을 유발할 수 있다. 심하면 간암으로 이어질 수도 있으므로 조기 발견과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간염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다가 염증이 만성화되면서 하나 둘씩 나타난다. 눈이나 피부가 노래지는 황달, 소변 색이 짙어지거나 대변 색이 연해지는 변화, 오른쪽 윗배 통증 등이 대표적 증상이다. 염증이 더 악화되면 복수가 차거나 팔다리가 붓고 쉽게 멍이 든다. 출혈이 자주 생기거나 정신이 혼미해지는 증상도 동반될 수 있다. 간염은 주로 항체 및 바이러스를 검출하는 혈액검사를 통해 진단된다. 다만 바이러스가 있어도 AST, ALT 같은 간효소 수치는 정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이 수치는 간세포가 손상될 때 일시적으로 상승하는데, 간세포가 천천히 손상되거나 바이러스가 비활동기인 경우 정상 범위로 측정되기 때문이다. 간경변 단계에서는 세포 자체가 이미 광범위하게 파괴되어 검사 결과가 정상으로 나오기도 한다. 따라서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는 증상이나 혈액검사 결과와 관계 없이 정기 검사가 필수적이다. 6개월마다 간 초음파, 알파태아단백(α-FP) 검사를 포함한 간암 감시 검사가 권장된다.

간경변 환자의 간초음파 사진에서 섬유화로 인해 간 표면이 울퉁불퉁해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 제공=서울대병원


간염으로 진단되면 간암 위험을 줄이기 위한 치료가 필요하다. 주로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며, 빠르게 시작할수록 간이 회복될 가능성이 높고 예후도 좋다. 과거에는 B형 간염 환자의 간 수치나 바이러스 양이 기준치에 도달하지 않으면 휴식 등 보존적 치료를 우선하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에는 간질환 가족력이 있거나 간의 섬유화 또는 염증이 심한 경우 조기 항바이러스제 치료가 권장된다. 고령이라도 간손상이 진행되기 전에 진단해 항바이러스제 투여를 시작하면 충분한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C형 간염의 경우 고효능 경구 항바이러스제(DAA)가 개발되면서 대부분의 환자가 완치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미 간이 심하게 손상됐다면 바이러스가 사라져도 간 기능 저하나 간암 발생의 위험이 지속될 수 있다.

간염 예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백신 접종이 중요하다. 특히 A∙B형 간염은 백신 접종을 통해 항체가 형성되면 뛰어난 감염 예방 효과가 일평생 지속된다. 반면 C형 간염은 아직까지 백신이 없어 일상에서 감염 경로에 주의하는 것이 최선이다. C형 간염은 혈액이나 체액을 통해 전파된다. 문신, 반영구 화장, 피어싱 시술 등을 받은 경험이 있다면 C형 간염 고위험군이다. 면도기, 손톱깎이, 칫솔 등 개인 위생용품 공유와 같은 일상적 행동도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알코올은 바이러스 염증과 함께 간 손상을 가속화하기 때문에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는 금주가 원칙이다.



올해부터는 ‘C형 간염 항체 검사’가 국가검진에 포함돼 만 56세인 1969년생을 대상으로 한 차례 지원된다. 만 56세는 C형 간염 검사법이 없었던 과거 의료 환경의 영향으로 잠재적 감염 위험이 높은 연령대다. 항체 검사를 실시하면 감염 사실을 몰랐던 환자를 조기에 발견해 전파를 막고, 간경변 및 간암 진행을 예방할 수 있다. 조기 발견 시 완치율은 95% 이상이다. C형 간염 항체 검사의 도입은 사회적 의료 부담을 낮추는 공중보건학적 결정으로서 의미가 크다.

최근 의학의 발전으로 간염 극복의 희망이 커지고 있다. B형 간염은 백신과 항바이러스제 덕분에 신규 감염자가 크게 줄었고, 완치를 위한 치료제 연구도 활발하다. C형 간염은 조기 검진과 고효능 항바이러스제만으로도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30년까지 C형 간염 퇴치를 목표하고 있는데, 충분히 실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간염은 우리 모두가 함께 관리해야 할 감염병이다. 예방 접종과 건강한 생활 습관, 정기 검진, 적극적인 치료가 어우러질 때 간염 없는 사회를 실현할 수 있다.

유수종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사진 제공=서울대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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