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에서 유일하게 원형 그대로 남아 있는 일제강점기 일본인 거주지 ‘옛 조선저축은행 사택’이 이달 말부터 일반에 공개된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는 이달 28일부터 12월 7일까지 서울 중구 덕수궁 선원전 영역에 있는 ‘옛 조선저축은행 중역 사택’을 특별 공개한다고 23일 밝혔다. 조선저축은행 중역 사택은 일제강점기인 1938년 선원전 일대에 들어선 건물이다.
‘궁궐의 사당’ 격인 선원전은 역대 왕의 초상화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던 곳으로 궁 안에서도 가장 신성한 공간으로 여겨졌으나 일제강점기 일제에 의해 훼손됐다. 덕수궁 중심에서도 다소 떨어져 있는 선원전 내의 원래 건물이 모두 훼손되면서 그 자리에 조선저축은행 사택, 경성제일공립고등여학교 등이 세워졌다.
해방 후에는 인근에 있는 미국 대사관 관저의 부속 토지였다가 2011년에야 한국에 반환됐다. 현재 선원전 복원 계획으로 대부분의 건물이 철거되고 언덕 위에 조선저축은행 사택만 그대로 남아 있었다. 국가유산청은 2020년부터 예산 10억 여 원을 들여 건물 곳곳을 보수·정비하고 주변 조경과 관람로를 새롭게 꾸몄다. 특히 선원전과 조선저축은행 사택은 고종이 러시아 공사관에서 덕수궁으로 옮겨온 ‘고종의 길’에 위치해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번 특별 공개 기간에는 건물 자체와 함께 국가유산과 관련한 다양한 자료도 만날 수 있다. 건물 내부 1층에서는 네 건의 특별 전시가 잇따라 열린다. 우선 28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한국전통문화대 전통건축학과 학생들의 연구 논문, 설계 작품을 선보이며 11월 5~9일에는 근현대 건축문화유산을 활용한 아이디어를 보여준다.
11월 18~28일에는 한국 전통 조경을 소재로 한 설계와 시공 사례를 선보인다. 12월에는 전통문화대 전통문화교육원에서 운영하는 국가유산 수리 기능인 양성 과정 수료생의 작품을 모은 전시도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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