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등 ‘자원 무기화’를 노골화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대중(對中) 핵심 광물 의존이 되레 심해진 것으로 드러나 충격적이다. 핵심 광물과 희소금속 비축 물량도 수년째 목표치를 크게 밑돌면서 ‘자원 안보’에 구멍이 숭숭 뚫리고 있다. 22일 산업통상부 등 관계부처가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정부는 2023년 10대 핵심 광물의 특정국 의존도를 2030년까지 50%대로 낮추겠다고 했지만 의존도는 외려 심화됐다. 리튬의 중국 의존도는 57%에서 58%로 올랐고 희토류 5종의 의존도는 62%에서 74%로 껑충 뛰었다. 니켈의 뉴칼레도니아 의존율은 91%에서 99%로 치솟았다. 망간의 남아프리카공화국 의존율은 53%에서 98%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 광물들은 반도체와 2차전지·전기차·휴대폰 등 미래 첨단산업에 들어가는 필수 자원으로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 정부가 자원 확보를 위한 중장기 전략을 제대로 수립하고 있는지, 자원 외교의 성과를 꼼꼼히 점검하고 있는지 엄중히 따져봐야 한다. 더 큰 문제는 국가 핵심 광물 비축량이 수년째 목표치를 하회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제시한 비축 목표는 100일인데 평균 비축 일수는 68.5일밖에 안 된다. 반도체용 실리콘은 19.2일, 디스플레이용 스트론튬은 2.7일에 그치고 있어 상황이 특히 심각하다.
미국의 통상 압박에 맞서 중국이 광물자원 통제 대상을 더 확대할 우려가 크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의 안일하고 무신경한 자원 정책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 첨단산업의 해외 광물 의존도는 무려 99%에 달한다. 만약 중국이 미국 공급망에 편승한 한국을 겨냥해 특정 광물의 수출을 제한하거나 ‘일대일로 공급망’ 국가를 통해 우회적인 압박을 가한다면 우리 기업들은 직격탄을 피할 길이 없다. 2021년과 2023년 중국이 요소 수출을 틀어막자 온 나라가 큰 혼란을 겪었던 ‘요소수 사태’가 첨단산업 분야에서도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희토류 패권을 장악한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이 호주·일본과 희토류와 핵심 광물 협력을 맺은 것은 이 때문이다. 광물자원 없는 첨단산업 육성은 허망한 구호에 불과하다. 정부는 글로벌 자원 동맹을 확대하고 수입 국가를 다변화하는 등 자원 외교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사업 타당성과 기대 효과를 면밀히 검토해 해외 자원 개발에 속도를 내고 기술 내재화에도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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