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를 철회하지 않을 것이며 2010년 센카쿠 분쟁으로 일본에 했던 것처럼 희토류를 무기로 미국 길들이기에 나설 수 있다는 미국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한미 정상회담이나 그 직전에 한미가 안보와 무역과 관련한 발표를 할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이다.
조나단 친 브루킹스연구소 팰로우는 21일(현지 시간) 워싱턴DC 브루킹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를 철회할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제도를 들여다보면 오랜 기간 공을 들여 준비를 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9일 중국은 해외에서 생산된 제품도 중국산 희토류가 0.1%라도 포함돼 있거나 중국의 정제·가공 기술을 이용한 경우 중국 정부로부터 수출 허가를 받도록 했다. 이에 대해 친 팰로우는 "이번 조치는 미중 관계에서 중국이 수비에서 공격으로 태세를 바꾼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전 미 중앙정보국(CIA) 중국 전문 분석가였던 친 팰로우는 "핵심 쟁점은 제도가 유지되는지 여부가 아니라 얼마나 엄격히 시행되느냐"라며 "미국에 대해 희토류 수출을 계속 허용하면서 미국을 안심시키는 노력을 하겠지만 미국이 도발적 행위할 할 때마다 다시 이 통제 수단을 꺼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 2010년 중국은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 때 일본에 대한 희토류 공급을 중단해 일본을 압박했는데, 미국에도 같은 행위를 반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패트리샤 김 브루킹스 팰로우는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협정을 매우 원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과의 무역협정으로 미국 의회 내 대중 강경파들이 중국에 대한 강경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억제되기를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기술 자립과 핵심 산업 분야에서의 리더십을 확보하는 시간을 벌려는 전략이란 분석이다. 김 팰로우는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을 통해 미국의 전통적인 대만에 대한 수사와 정책을 바꾸려고 시도할 것"이라며 "현재 미국의 정책은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인데, 이를 '대만 독립 반대'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봤다. 그는 "그동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을 미국의 친구라기 보다는 경제적 경쟁자로 언급해 왔다"며 "그래서 중국이 이 기회를 활용해 미국의 대만 정책을 다른 방향으로 전환시키려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북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계기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전문가들은 가능성은 작지만 완전히 배제하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앤드류 여 브루킹스 한국석좌는 "1박 2일 머무는 트럼프 대통령 일정 때문에 가능성이 매우 낮다"며 "약간의 가능성은 있다. 어쨌든 트럼프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또 "내 중국 소식통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트럼프와의 회담을 권유했다고 한다"면서도 "다만 김 위원장이 준비됐는지는 알 수 없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시드니 사일러 선임고문도 이날 이 연구소 팟캐스트에서 북미 정상이 인사를 하는 수준이라면 만남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빅터 차 CSIS 한국석좌도 "일종의 상황파악, 접촉 유지 차원에서 약식 만남은 가능하다"고 관측했다.
여 석좌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측이 발표를 원하는 몇 가지 안보 관련 사항이 있지만 무역 협상이 타결될 때까지 보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주한미군 주둔 규모, 전략적 유연성, 전시작전권 이양 등에 대한 발표는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한미 정상회담이나 그 전에 무역과 안보 관련 발표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차 석좌도 "8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안보 측면에서 발표할 만한 좋은 것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들은 분명 일부 합의에 이르렀다"며 무역협상 이슈에 밀려 "첫 정상회담에서 어떤 문서도 내지 못한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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