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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취득세율 세계 최고…"거래비용 부담에 시장까지 왜곡"

[난수표 부동산세제] <2> 매매까지 억누르는 중과세

거래세 비중, OECD 평균의 2배

주택 유형·가격·지역 등 기준별

취득세율 경우의 수 200개 넘어

이동성 하락·매물 잠김현상 심화

OECD "보유세 위주 개편" 권고

"주택 수보다 금액을 봐야" 의견도

19일 서울 성동구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급매, 급전세 물건이 게시돼 있다. 연합뉴스.




우리나라에서 집을 살 때 실수요자들이 반드시 꼼꼼히 챙겨야 하는 세금이 있다. 바로 취득세다. 한국은 취득세 최고세율이 12%에 달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고 주택 수와 지역에 따라 취득세 체계도 복잡하게 설계돼 자칫 잘못하면 자금 마련 계획까지 꼬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거래 비용을 높이고 이해하기도 어려워 조세 저항을 높이는 세금 체계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당장 세금의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현행 체계에서 서울의 20억 원 아파트를 매입할 경우 물어야 하는 세금은 6000만 원이다. 하지만 5억 원의 아파트 3채를 매입한다고 가정하면 납부해야 할 취득세는 1억 500만 원으로 치솟게 된다. 자산 가치보다 가구 수 중심으로 세금을 매기다 보니 역전이 벌어진 셈이다.

우리나라 주택 취득세율은 크게 나눠 두 개 축으로 차등 적용된다. 6억 원 이하 주택에는 세율 1%가 적용되지만 6억~9억 원 사이에서는 1~3%, 9억 원 초과는 3%가 기본이다. 여기에 다주택자의 경우 조정대상지역이면 2주택에는 8%, 3주택 이상에는 12%가 적용된다. 같은 5억 원짜리 주택이라도 지역과 보유 수에 따라 1%에서 12%까지 세율이 뛰는 구조다.

세율 자체도 전 세계 주요 국가와 비교해 높은 수준이다. 미국의 경우 주(州)별로 다르지만 대체로 1% 안팎에서 취득세가 결정된다. 일본의 취득세도 등록세를 포함해 5~6% 수준으로 최대 12%인 우리나라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다. 이렇다 보니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거래세 부담은 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다. 2022년 한국의 부동산 거래세 비중은 GDP 대비 1.01%로 호주(1.39%) 다음으로 가장 높고 OECD 평균(0.49%)의 두 배를 넘어섰다. 주요국인 스페인이 0.92%, 영국 0.56%, 독일 0.44%, 일본 0.07%에 불과하다. 총조세 대비 거래세 비중도 한국이 4.26%로 OECD 평균(1.86%)의 2.3배 수준에 달해 조사 대상 국가 중 가장 높았다. OECD 다수 국가는 거래세 대신 보유세 중심의 과세 체계를 택하고 있지만 한국은 여전히 거래세 의존도가 높아 시장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 OECD도 2023년 보고서를 통해 한국을 비롯한 회원국들에 취득세 등 부동산 거래세 부담을 낮추고, 보유세 중심으로 세제를 개편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높은 거래세는 주거 이동성을 떨어뜨리고 노동 이동과 경제 효율성을 저해해 결과적으로 주택 시장 왜곡을 심화시킨다고 지적한 것이다. OECD는 “거래세는 주택 매매를 억제해 노동 이동성과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거래세 비중을 낮추고 정기적인 보유세 중심으로 과세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한국의 부동산 세제 구조가 거래세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시장 효율성을 떨어뜨린다고 평가했다.

국내 전문가들 역시 한국이 보유세보다 거래세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라고 지적한다. 2011년 등록세와 통합되며 복잡해진 세율 체계가 해마다 정책 목적에 따라 바뀌면서 세제 일관성, 예측 가능성 모두를 훼손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택 취득 유형, 가격, 지역, 납세자 유형, 보유 수 기준이 얽히면서 주택 유상 취득에만 200개 이상의 세율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나 납세자 혼란을 키우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주택 유상 취득 세율을 단일 비례 세율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또한 보유 주택 수 중심의 과세 기준을 폐지하고 자산 가액 중심으로 전환하면 30억 원 고가 주택 보유자보다 5억 원 주택 여러 채를 가진 다주택자가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하는 ‘역진적 과세’가 발생하지 않게 된다.

지나치게 높은 취득세가 매물 잠김 현상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령 보유세 부담이 큰 비싼 집을 내놓고 갈아타기를 하고 싶어도 거래세 부담 때문에 사실상 매매가 막힌다는 것이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보유세가 올라서 보유를 하는 데 부담이 된다면 집을 팔고 싶을 수도 있는데, 내 집을 팔고 다른 집을 사고 싶어도 비용이 너무 많이 들면 차라리 보유하겠다고 생각해서 매물 잠김 현상이 계속 있을 수밖에 없다”며 “거래 비용이 높으니까 입지가 좋은 지역들은 계속 매물이 나오지 않아서 공급이 안 되는 현상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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