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강원도 인제스피디움(3.908km)에서는 전세계 투어링 카 레이스의 정점, 'FIA TCR 월드 투어'의 13라운드부터 15라운드가 펼쳐졌다.
전세계를 다니며 치열한 배틀과 격렬한 레이스로 모두의 이목을 끄는 FIA TCR 월드 투어의 방한은 말 그대로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게다가 TCR 이탈리아를 거쳐 TCR 유럽 무대에서 빠르게 안착하고 있는 쏠라이트 인디고 레이싱의 박준성, 박준의 듀오가 도전장을 내며 국내 모터스포츠 팬들과 관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여기에 국내에서 다채로운 활동을 해왔던 최정원(KMSA 모터스포츠 N) 역시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이목을 끌었다. 더불어 세 번의 레이스에 모두 참가한 최정원은 세 번 모두 TCR 아시아 포디엄에 오르며 지난해와 올 시즌, 일본과 대만에서의 활약을 이어가는 모습이었다.
인제스피디움에서 열린 TCR 월드 투어가 모두 끝난 후 최정원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Q 한국에서 열린 TCR 월드 투어에 참가한 전체적인 소감은?
최정원(이하 최):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TCR 월드 투어이자, N의 본국인 한국 오너들과 함께하는 참여형 모터스포츠를 꼭 만들어 보자는 마음으로 참가했다. 하지만 공식 연습 시작부터 엔진 트러블로 엔진을 교체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연습도 못 하고 예선 때도 문제가 생기는 등 드라마틱한 3일이 되었다.
Q 금요일, 레이스카에 문제가 심각했던 것으로 안다.
최: 공식 연습 첫 번째 랩에 엔진이 깨지면서 모든 부속품을 다 교체해야 했다. 엔진이 깨지면서 화재도 발생해 엔진룸의 모든 배선들까지 다 교체해야 하는 '대작업'이었다. 그럼에도 팀원들이 최선을 다하고, 밤샘 작업을 통해 엔진 교체 및 배선 작업을 진행해준 덕분에 세 번의 레이스 모두 무사히 완주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Q TCR 아시아 기준으로는 세 경기 모두 포디움에 올랐다. 레이스 내용에 대한 소감이 궁금하다.
최: 월드 투어는 팩토리성이 짙어 다른 선수들은 차량 파손에 대한 두려움이 전혀 없다. 반면 나는 볼트 하나까지도 다 제 사비로 운영되는 시스템이다 보니, 차를 아끼려는 마음으로 접근하면 안 되는 카테고리라는 것을 이번에 배웠다.
무엇보다 수백 명의 팬들이 응원 와준 상황에서 리타이어 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고, 완주했다는 점이 가장 뜻깊다. 그리고 이러한 레이스 내용 덕분에 세 경기 모두 TCR 아시아 부분에서 포디엄에 올라 더욱 기쁘다.
Q TCR 카테고리 자체가 격렬한데, 이번 월드 투어에서 느낀 특별한 경험이 있나?
최: 우선 TCR이라는 레이스카가 워낙 완성도들이 다 좋아서, 웬만한 접촉으로는 차가 외관상 크게 부서지는 느낌이 안 들 정도다. 자질구레하게 얼라인먼트 같은 것들은 틀어질 수 있지만, 한 번 '툭' 부딪혔다고 해서 리타이어 하는 그런 레이스카가 아니다. 그래서 팬들 입장에서는 박진감 넘치는 레이스를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는 특징이 있다.
Q 드라이버 입장에서는 어떤가?
최: 이번 경기 같은 경우는 엔진 트러블도 있고 해서 차량에 대한 신뢰가 사실 좀 떨어진 건 없지 않아 있다. 하지만 부품을 교체하면 이번 세 레이스 모두 한 번도 리타이어 하지 않고 뛸 수 있을 정도로, 어찌 됐든 완성도가 구축된 레이스카라고 다들 볼 수 있을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Q 작년 TCR 재팬에 이어 올해 TCR 타이완에 도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최: 해외 리그에 도전하는 건 '아시아 권역'에서 아반떼 N TCR이 출전하지 않는 대회에 도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TCR 리그를 운영하고 있지만 아반떼 N TCR이 가진 퍼포먼스, 그리고 나아가 현대자동차의 N이 얼마나 가성비가 좋고 재미있는지, 그리고 제가 운영하는 'N 클럽'의 문화를 직접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TCR 일본에서 인정을 받고 난 후, 올 시즌 TCR 대만 출전을 결심한 것이다.
Q TCR 일본과 TCR 대만의 경험을 비교한다면?
최: 사실 성적과 별개로 '레이스 운영' 부분만 본다면 TCR 일본 쪽은 수월하지 않았다. 혼다, 아우디 등 현지 법인의 서포트를 받는 팀들의 끈끈한 커넥션과 '텃세'가 힘들었고, 매 세션이 끝날 때마다 심사실에 불려가기도 했다. 심지어 제가 출전하니 선수들이 보이콧을 하거나 다른 대회로 출전하는 일화도 있어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올 시즌 TCR 대만에 출전하는 건 무척 즐겁다. 실제 현장의 분위기부터 완전히 다르다. 기본적으로 대만의 모터스포츠 팬들이나 관계자 분들이 한국 차와 브랜드에 대해 심리적 장벽이 없다. 늘 응원해주시고 격려해주고 계시기 때문에 기분 좋게 레이스에 임할 수 있고, 레이스의 내용이나 '레이스 분위기' 역시 정말 좋다.
Q 이제 곧 TCR 대만 최종전이 다가온다. 챔피언 향방은 어떻게 되나?
최: 현재 시리즈 포인트가 3점 뒤져 있다. 그래서 챔피언이 되려면 마지막 경기에서 폴 포지션과 패스티스트 랩을 모두 따내야 하는 상황이다. 이번 TCR 월드 투어가 '경험(Experience)'이었다면, TCR 대만 최종전은 정말 챔피언을 위한 '경쟁(Competition)'의 마음가짐으로 준비하고 있다. 다가오는 주말, 꼭 좋은 소식을 전하겠다.
Q 내년 레이스 활동에 관련된 계획이 있을까?
최: 내년은 TCR 아시아를 이제 본격적으로 해볼까 생각 중이지만, 사실 TCR 아시아엔 이미 N의 차종들이 많아서... 또 다른 TCR 리그 중에 N이 없는 리그가 있나 물색 중이긴 하다. 현재까지는 구체적인 계획 보다는 'TCR 아시아' 또는 '새로운 리그의 가능성' 등을 가늠하고 있는 상황이다.
Q 월드 투어 선수들과 함께 달려보며 느낀 점이 있다면?
최: 경합이 격렬해 보여도, 선수들끼리 최소한의 공간을 남겨두는 스포츠맨십에 감명 받았다. 이러한 레이스의 운영, 그리고 서로에 대한 배려는 국내 선수들은 물론 전세계 선수들이 배워야 할 훌륭한 모습이라 생각한다.
반면 차량 성능에서는 '과연 저 차와 내 차가 같은 출력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사실 대부분의 드라이버들은 함께 코너를 탈출하고 가속해보면 '속도 차이'를 느끼게 된다. 정말 주행을 하는 내내 '쟤는 나랑 다른 출력을 갖고 있구나' 하고 느끼기 때문에, 내셔널 리그와 달리 월드 투어는 확실한 '팩토리 팀들의 싸움'이라는 것을 몸으로 느꼈다.
Q N 클럽, N 퍼포먼스 개러지 등 N과 관련해 다채로운 활동을 하고 있다. 그 목적이 궁금하다.
최: 제 활동을 보면 한편으로는 제가 N에 미쳐있다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이 브랜드는 정말 재미있다. 한국인으로서 자국에 이런 '펀카(Fun Car)'가 있다는 것은 엄청난 혜택인데, 이 메리트를 모르는 분들이 하루 빨리 경험해봤으면 한다.
N을 널리 알려, 많은 분들이 제가 느낀 만족감을 동일하게 느끼도록 하는 것이 제 활동의 이유다. 향후 5년 안에 차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N을 경험하지 않고 지나가는 일이 없게 만드는 게 제 목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