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의 페소화 가치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200억 달러(약 28조 원)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며 유동성 공급에 나섰지만 시장의 불안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20일(현지 시간) 외환시장에서 아르헨티나 페소화 환율은 달러당 1477.39페소를 기록했다. 전 거래일 대비 약 1% 상승(페소화 가치 하락)한 것으로, 가치로는 역대 최저 수준으로 평가된다. 밀레이 대통령은 2023년 12월 취임 이후 고질적인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정부 지출 삭감과 규제 완화 등 강도 높은 개혁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페소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높게 유지하기 위해 환율 방어에 나서면서 외환보유액이 급감했고 수출 경쟁력까지 약화됐다. 이런 불균형은 자본 유출을 초래해 통화가치 급락을 초래했다. 올해 들어 페소화 가치는 약 30% 하락했다.
페소화는 미국의 적극적인 지원에도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9일 X(옛 트위터)를 통해 “아르헨티나 중앙은행(BCRA)과 2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확정했다”고 밝혔고 20일 양국은 2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했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앞서 미 재무부는 세 차례에 걸쳐 페소화를 매입했으며 주요 금융기관들과 함께 200억 달러 규모의 지원 기금 조성도 추진 중이다. 그럼에도 페소화가 곤두박질치는 것은 투자자 신뢰가 회복되지 않고 있어서다. 외환보유액이 바닥난 상황에서 밀레이 정부가 현재 환율을 지탱하지 못하고 결국 평가절하에 나설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이다. 컨설팅 기업 로마노그룹에 따르면 부채 등을 제외한 BCRA의 순외환보유액은 50억 달러에도 미치지 못한다. 페소화 약세가 당분간 진정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FT는 역외선물환(NDF) 시장에서 페소화 가치는 2개월 뒤 달러당 1600페소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고 봤다.
이런 가운데 미국 내에서도 아르헨티나 지원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미국 대두 농가는 미중 관세전쟁 와중에 아르헨티나가 중국에 700만 톤에 달하는 대두를 수출한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200억 달러 규모의 기금 조성에 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골드만삭스 등 대형 은행들도 참여를 주저하고 있다. 잦은 디폴트(채무불이행)로 아르헨티나에 담보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유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재무부 차관보를 지낸 브래드 세처는 “이번 재무부의 방안은 위험이 크다”며 “페소의 평가절하가 일어나면 재무부는 가치가 떨어진 자산을 떠안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kingear@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