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혐의로 기소된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하이브의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주식 공개 매수 기간 중 이뤄진 카카오의 대규모 장내 매수가 주가에 영향을 줬다고 해도 시세조종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히 “별건 수사로 진실을 왜곡했다”며 검찰의 수사 관행을 공개적으로 질타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부장판사 양환승)는 21일 자본시장법 혐의로 기소된 김 센터장의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김 센터장이 지난해 8월 구속 기소된 지 14개월 만이다.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배재현 전 카카오투자총괄 대표도 ‘죄가 없다’고 봤다. 양벌 규정에 따라 기소된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카카오 매수 주문 시간 간격 등을 봤을 때 시세조종성 주문과 차이가 있고 △당시 SM엔터 주가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있었으며 △카카오 측에 SM엔터 경영권 인수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시세조종 공모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유일한 증거였던 이준호 전 카카오엔터 투자전략부문장의 진술도 허위라고 봤다. 검찰의 과잉 수사에 따른 심리적 압박 탓에 이 전 본부장이 ‘카카오와 원아시아파트너스가 SM엔터 시세조종을 공모했다’고 거짓 증언했다는 게 법원의 지적이다. 재판부는 “별건을 강도 높게 수사해 관련자를 압박해서 진술을 얻어내는 수사 방식은 진실을 왜곡할 수 있다”며 이례적으로 검찰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 센터장은 선고 이후 취재진과 만나 “오랜 시간 꼼꼼히 자료를 챙겨봐 주시고 이와 같은 결론에 이르게 해주신 재판부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카카오에 드리워진 주가조작과 시세조종이라는 그늘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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