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무역 전시회인 중국수출입상품교역회(캔톤페어)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 15~19일 광둥성 광저우에서 열린 전시회에는 사상 최대 규모인 3만 2000여 개 기업이 참가해 7만 4600개 부스를 마련했고 24만 명이 넘는 바이어들이 방문했다. 과거 생활용품·건자재 중심의 전시회였던 캔톤페어는 어느새 디자인 베끼기와 가격 경쟁력에 의존했던 옛 모습을 완전히 탈피했다. 로봇과 인공지능(AI)을 접목한 스마트 제품들이 대거 등장했고 80만 개의 신제품들이 한꺼번에 공개되며 ‘제조 중국’에서 ‘창신(創新) 중국’으로의 대전환을 보여줬다.
중국은 이미 세계적인 디자인상 ‘iF 디자인 어워드’와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각각 1300여 개 이상 수상하며 글로벌 1위에 올랐다. 중국 정부는 2012년부터 수출 경쟁력 확보와 내수 진작을 위해 디자인 등 소프트 파워 강화에 집중했다. 12차 5개년 규획에서는 ‘자주창신(自主創新)’을 핵심 전략으로 내세웠다.
미중 무역 전쟁으로 3분기 성장률이 4.8%로 하락한 가운데 열린 올해 4중전회에서도 ‘신품질 생산력’ 확대가 주요 화두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기술과 디자인을 앞세워 ‘안 살 수 없는 스마트 제품’으로 미국의 압박을 돌파하겠다는 의도가 곳곳에서 읽힌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니소·요요소 등은 카피캣 이미지를 벗고 가격 경쟁력과 세련된 디자인으로 다이소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했다. 팝마트의 ‘라부부’는 애플과 협업하며 ‘크리에이티브 차이나’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디자인은 제조업 고도화의 핵심 동력이며 혁신이 본질이다. 아직 중국의 디자인 수준이 한국보다 낮지만 반도체·배터리처럼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맹추격한다면 판도는 언제든 바뀔 수 있다. 전략 제품 디자인을 한국과 유럽에 의존하고 있는 중국이 머지않아 질적 성장으로 시장을 잠식할 가능성이 크다. 제조업과 디자인의 유기적 결합을 위한 혁신을 거듭하지 않으면 자칫 한국이 중국 제조업의 ‘디자인 하우스’로 전락할 수도 있다. 고부가가치 디자인에 대한 집중 지원과 함께 전문 인력 양성, 해외 유출 방지 등 종합적인 대응 전략을 세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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