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건설 중인 세계 최초의 육상 상업용 소형모듈원전(SMR)이 내년 정식 가동을 앞두고 시운전 단계에 돌입했다.
17일 펑파이신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전날 중국 국영 중핵집단유한공사(CNNC·중핵그룹)는 하이난성 창장시 원자력발전소에 위치한 상업용 육상 SMR ‘링룽 1호’ 원전의 저온 기능 시험을 성공리에 마쳤다. 저온 상태 기능 시험이란 원전 시운전의 첫 번째 단계로, 고압이 가해질 때 원자로 냉각재가 누출되는지 여부를 검증하는 것이다. 중핵그룹은 고온 기능 시험 등 4단계의 추가 검증 절차를 거쳐 내년 중 상업운전에 나설 방침이다. 신화통신은 “이번 성공은 글로벌 SMR 경쟁에서 중국의 선구자적 우위를 공고히 하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링룽 1호가 현재의 계획대로 내년 중 상업운전에 들어가면 세계 첫 상업용 SMR 가동이라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현재 가장 앞서 있다고 평가받는 미국은 2029년께 첫 가동에 나설 예정이며 우리나라 역시 2033년쯤에나 상업운전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가 2020년부터 ‘아카데믹 로모노소프’라는 해상 부유형 SMR을 시험 운영하고 있기는 하지만 육상형 대비 설계·시공 난도가 낮고 활용 범위도 제한적이라 예외로 평가된다.
SMR은 대형 원전(1000㎿)에 비해 낮은 300㎿의 전기 출력을 갖췄지만 반경 200~300m 정도의 공간만 확보하면 산업단지는 물론 도시 외곽 등에도 건설할 수 있다. 건설 기간을 단축할 수 있고 비용도 대형 원전 대비 최대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해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80여 종의 기술 개발이 진행되고 있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중국이 가장 먼저 상업운전에 깃발을 꽂은 셈이다.
원전 후발 주자인 중국이 최첨단 기술로 평가되는 SMR까지 석권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정부 차원의 막대한 투자와 민관의 활발한 연구개발(R&D), 풍부한 인적 자원, 그리고 거대한 내수에 기반한 원전 생태계가 꼽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2022년 이후 매년 약 10기의 신규 원자로 건설을 승인했으며 2030년에는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원전발전 용량을 확보한 국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링룽 1호 역시 중국이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목표하에 2010년 대대적인 R&D에 나서 얻어낸 결과물이다. 2016년에는 육상 상업용 SMR 중에서는 세계 최초로 국제원자력기구(IAEA) 안전 심사를 통과하기도 했다.
중국의 ‘원전 굴기’에 놀란 세계는 반격에 나서고 있다.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 이후 대대적인 원전 확충 정책을 펼치면서 구글·아마존 등 빅테크(거대 기술기업)들도 SMR 기술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앞서 SMR 전문 기업 테라파워를 설립한 빌 게이츠는 그간 10억 달러를 투입한 데 이어 수십억 달러를 추가로 쏟아부을 계획이다. 우리나라 정부는 독자 SMR 모델을 개발하는 i-SMR 사업을 총 3992억 원을 들여 2028년까지 추진하고 있다. 올해 표준 설계를 마치고 내년 중 실증 검증과 설계 인허가를 마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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