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이 1조 7000억 원 상당의 삼성전자 주식을 처분한다. 내년 4월이 기한인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지분 정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수가 모친 홍 명예관장의 주식 수를 추월하게 됐다.
17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홍 명예관장과 이부진 사장, 이서현 사장은 전날 1771만 6000주 상당의 삼성전자 주식 처분을 위한 신탁계약을 신한은행과 체결했다. 이날 삼성전자 종가가 9만 7900원인 점을 고려하면 이는 약 1조 7344억 원 규모다. 계약 기간은 내년 4월 30일까지로 이 기간 내 신한은행이 신탁을 맡은 주식을 처분하게 된다. 공시상 처분 목적은 ‘세금 납부 및 대출금 상환용’으로 세 모녀가 내년 4월까지 약 2조 원의 상속세를 납부해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관련 재원 마련이 목적인 것으로 풀이된다.
구체적으로 보면 이번 신탁계약을 통해 홍 명예관장은 1000만 주를 처분할 계획이고 이부진 사장이 600만 주, 이서현 사장이 171만 6000주를 정리한다. 계획대로 처분이 완료되면 홍 명예관장의 보유 주식은 기존 9797만 8700주(지분율 1.66%)에서 8797만 8700주(1.49%)로 줄어든다. 이 회장의 보유 주식 수는 9741만 4196주(1.65%)로 홍 명예관장보다 지분율이 높아지게 된다. 이부진 사장 보유분은 4774만 5681주(0.81%)에서 4174만 5681주(0.71%)로, 이서현 사장 보유분은 4729만 190주(0.80%)에서 4557만 4190주(0.77%)로 감소한다.
홍 명예관장과 이부진 사장, 이서현 사장, 이 회장은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의 별세 이후 12조 원 상당의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각자 보유한 삼성 계열사 주식을 처분하거나 주식담보대출을 활용해왔다. 이 선대회장의 상속인인 4명이 납부해야 하는 금액은 약 12조 원으로 상속세를 5년 동안 6회에 걸쳐 낼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매년 2조 원가량의 재원을 마련해야 했다. 마지막 회차인 내년 4월에도 조 원 단위의 재원이 필요했던 만큼 보유 자산 중 가장 가치가 큰 삼성전자 주식 처분에 나서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 회장은 당장 보유 주식을 처분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개인 대출과 배당 수익 등을 통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은 현재 삼성전자 등에서 무보수 경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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