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술품 거래 시장이 바닥을 친 것으로 평가되는 가운데 유찰 또는 저가 낙찰을 우려해 경매 시장에 나오지 않았던 한국 인기 작가들의 작품이 10월 대거 출품된다. 특히 9월 케이옥션 경매에서 4점이 출품돼 모두 새 주인을 찾았던 ‘물방울 화가’ 김창열의 작품은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에 도합 10점이 나와 눈길을 끈다.
미술품 경매사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은 각각 28일과 29일 강남 본사에서 10월 미술품 경매를 연다고 17일 밝혔다. 서울옥션에는 낮은 추정가 총액 83억 원가량의 작품 112점이, 케이옥션은 106억 원 상당의 작품 88점이 각각 출품된다. 수십 억 원을 호가하는 대작은 적지만 김환기·이우환·윤형근·김창열·우국원 등 국내 미술 애호가들이 선호하는 ‘블루칩’ 작가들의 작품이 줄줄이 나온 점이 눈에 띈다.
서울옥션에서는 김환기를 대표하는 뉴욕 시대 종이에 작업한 푸른 전면점화가 추정가 5억 6000만~8억 원에 나온다. 1973년에 제작된 이 작품은 종이 위 질서 있게 들어선 색점들이 푸른 바다 또는 밤하늘의 별을 연상시키는 나선형 패턴을 그리고 있다. 2019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132억 원에 낙찰된 ‘우주(1972)’, 지난해 78억 원에 낙찰된 캔버스 작업의 푸른색 전면점화 등과 비슷한 시기에 그려졌다. 우국원의 ‘빅 어드벤처’도 서울옥션 경매에서 주목받는 작품이다. 작품은 작가의 아버지 백초 우재경 화백의 작품에 대한 오마주로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2021년 우재경 화백의 작품과 나란히 전시되기도 했던 그림은 1억 8000만~2억 5000만 원에 새 주인을 찾는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이 열리고 있는 김창열의 작품은 반짝이는 물방울이 영롱한 1977년 ‘물방울(추정가 3억 2000만~5억 원)’을 비롯해 나뭇잎과 종이에 그린 작품, 1990년대 ‘회귀’ 시리즈 등 총 6점이 출품됐다. 김창열의 작품은 지난달 케이옥션에 4점이 출품돼 모두 주인을 찾았고 10월 케이옥션 경매에도 4점이 나온다.
케이옥션에서는 김환기의 1969년작 ‘무제’를 비롯한 5점이 경매에 오르고 이우환의 작품도 추정가 9억~15억 원인 ‘바람과 함께 S8708-5’ 등 7점이 새 주인을 찾는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열고 있는 천경자의 ‘자바의 여인(3억 3000만~6억 원)’도 출품됐다. 이중 김환기의 ‘무제’는 올해 1월 낮은 추정가였던 9억 5000만 원보다 적은 7억 8000만원에 거래된 뒤 약 9개월 만에 다시 시장에 나왔다. 7억 5000만 원부터 시작하는 이번 경매가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저가 낙찰 우려에 따른 ‘매물 잠금’ 현상이 주식·부동산 등 자산 시장 회복세와 맞물려 풀려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달 케이옥션 경매에서 이중섭의 ‘소와 아동’이 시작가를 10억 원가량 웃도는 35억 2000만 원에 낙찰되며 블루칩 작품은 통한다는 신뢰가 회복된 점이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기 침체로 여러 차례 유찰됐던 국내 주요 작가들의 작품이 최근 하나둘 낙찰되는 분위기 속에서 10월 경매는 국내 미술 시장 흐름의 가늠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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