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시가 지역사회와 협력해 구축한 ‘전주기적 정신건강 지원 체계’가 전국 최저 수준의 자살률로 이어졌다. 지난해 잠정 통계에 따르면 하남시의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은 21.0명으로, 전국 평균(28.3명)과 경기도 평균(27.3명)을 크게 하회했다. 이는 3년 연속 경기도 상위권을 유지한 성과로, 하남시의 ‘예방부터 회복까지’ 촘촘한 지원 시스템이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남시에 따르면 시는 지역 내 병·의원 60개소와 약국 50개소를 ‘우리동네 마음의원·마음약국’으로 지정해 정신건강 고위험군을 조기에 발굴한다. 시민들이 자주 방문하는 동네 의료기관에서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발견해 하남시정신건강복지센터로 연계하는 방식이다. 또 기독교, 불교, 천주교 등 3대 종교계와 협력해 신도 및 지역 주민 대상 생명 존중 캠페인을 진행하며, 종교 지도자와 신도들이 ‘생명지킴이’로 활동한다.
◇이동 상담소와 생애주기별 맞춤 지원…문턱 낮춘 돌봄
하남시는 복지관, 임대아파트 단지 등 도움이 필요한 곳을 직접 찾아가는 ‘이동 상담소’를 상시 운영한다. 우울 선별검사를 실시하고 고위험군에게 즉각적인 상담과 사례관리를 제공한다. 특히 60세 이상 어르신, 임산부, 난임 부부 등 생애주기별 특성에 맞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신도시 주민을 위한 정서 지원 프로그램도 별도로 진행한다. 미사강변도시에서는 지역주민으로 구성된 ‘생명사랑봉사단’이 위기 가구를 발굴하는 등 풀뿌리 네트워크를 활용한다.
◇지자체 첫 AI 기반 감정관리 앱 출시, 정신건강 서비스 혁신
하남시는 지자체 최초로 인공지능(AI) 기반 감정관리 앱 ‘하남이네 힐링펫’을 개발해 출시 7개월 만에 사용자 1000명, 누적 대화 7만 건을 기록했다. 귀여운 캐릭터와 대화하며 감정을 정리하고 전문 상담으로 연결되는 이 앱은 시민들의 호평을 받았다. 또한 미사역 일대에서 진행된 자살예방 캠페인 ‘하남이네 마음약국’에서는 약국 프로세스를 패러디한 퀴즈 이벤트와 ‘마음 처방 캡슐’ 배포로 생명 존중 인식을 확산시켰다.
이와 함께 하남시는 예방, 위기개입, 사후관리, 회복의 전 과정을 아우르는 지원 체계를 구축했다. 초·중학생과 종교인 대상 ‘생명지킴이 교육’을 실시하고, 자살 고위험 지역에는 희망 메시지를 담은 로고젝터를 설치하는 ‘희망자람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위기 상황 발생 시 24시간 핫라인을 통해 즉각적인 상담과 개입이 이루어지며, 사후관리를 위해 자살 유족 자조모임 ‘늘해랑’과 문화예술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하남시의 성과는 대외적으로도 인정받았다. 2023년 경기도 자살예방의 날 기념식에서 우수기관 1위로 선정돼 경기도지사 표창을 수상했으며, 2022년에는 국회자살예방포럼 주관 ‘제4회 국회자살예방대상’ 우수지자체로 뽑혔다.
이현재 하남시장은 “지역사회와의 협력으로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데 시정의 최우선 가치를 두고 있다”며 “앞으로도 세심한 정책으로 시민 곁을 지키며 하남시를 전국에서 가장 따뜻하고 안전한 공동체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하남시의 사례는 정신건강 문제를 지역사회 차원에서 해결한 모범 사례로, 다른 지자체에 시사점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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