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성분명처방을 둘러싼 의사약사간 갈등이 소송전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최근 의협 내부에 신설된 불법 대체조제 신고센터를 통해 접수된 사례 중 명백한 위법 정황이 확인된 약국 2곳에 대해 17일 서울경찰청에 고발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의협에 따르면 서울 소재 A약국은 의사가 처방한 '파라마셋이알서방정, 동아가스터정20㎎, 록스펜정'을 각각 '울트라셋이알서방정, 파모텐정20㎎, 제뉴원록소프로펜나트륨정'으로 대체조제하면서도 해당 사실을 환자와 처방 의사 모두에게 통보하지 않았다. B약국은 의사가 처방한 타이레놀 1일 3회 복용량을 2회로 무단 변경·조제했으며, '타이레놀 8시간 서방정'을 '세토펜정'으로 변경조제하면서도 의사와 환자에게 통보하지 않았다.
의협은 의사가 처방한 약을 약사가 무단으로 변경해 조제한 데다 대체조제 후 이를 환자나 의사에게 통보하지 않은 점을 들어 약사법 제26조(처방의 변경·수정) 및 제27조(대체조제) 위반에 해당한다고 봤다. 현행 약사법은 26조와 27조에 처방의 변경·수정 및 대체조제 내용을 규정, 대체조제 시 환자와 의사에게 반드시 그 사실을 통보하도록 하고 있다. 위반 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특히 B약국에 대해서는 "조제 봉투의 복용횟수를 수기로 변경하고, 기존 처방대로 약제비를 청구했을 가능성도 있으며, 본인부담금을 추가로 징수한 정황도 발견됐다"며 "건강보험급여 부당 청구 가능성이 있어 건보공단에 건강보험 허위 청구에 대한 조사를 요청하는 민원도 제기했다"고 전했다.
의협이 돌연 일선 약국을 고발하고 나선 건 국회에서 성분명처방 도입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과 관련이 깊다. 앞서 장종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수급 불안정 의약품을 지정할 경우 의사가 해당 의약품을 처방할 때 상품명이 아닌 성분명을 기재하도록 의무화하는 의료법∙약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의협은 "동일 성분이라도 임상 반응은 다를 수 있고, 특히 소아·고령자·중증질환자 등의 경우 치명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성분명 처방 의무화의 문제점을 알리겠다며 대국민 홍보에 열을 올리는 한편, 지난달 3일부턴 불법 대체조제 신고센터를 개소하고 피해 사례를 모아왔다.
박명하 의협 상근부회장은 "약사법은 불가피한 사정이 있을 때만 대체조제를 허용하며 그 경우에도 의사와 환자에게 통보하도록 명시하고 있다"며 "이 같은 기본 원칙을 무시한 채 환자와 의사의 인지 없이 처방을 변경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어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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