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늦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사용하는 습관이 폭음이나 대마초 흡연만큼 정신건강에 해롭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브리스톨대학교 연구팀은 17일(현지시각) 국제학술지 네이처가 발간하는 오픈 액세스 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를 통해 “야간의 SNS 사용이 정신적 웰빙을 크게 떨어뜨린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SNS ‘X(옛 트위터)’를 꾸준히 사용하는 성인 310명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설문을 실시하고 이들의 게시물 업로드 시각과 정신건강 점수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분석에는 설문 시점으로부터 2주 이내에 작성된 게시물만 활용됐으며 각 사용자의 평균 게시 시각이 정신건강 점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통계 시뮬레이션 방식으로 추정했다.
그 결과 SNS 게시 시각이 늦을수록 정신건강 점수가 뚜렷하게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오후 11시부터 새벽 5시 사이에 글을 올린 사람들의 평균 점수는 100점 만점에 44.99점으로 저녁 7시에 올린 사람들의 52.47점보다 8점 가까이 낮았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 사용된 ‘워윅-에딘버러 정신 웰빙 척도(WEMWBS)’는 긍정적 정신건강 수준을 평가하는 지표로 점수 차이가 3점 이상이면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으로 본다”며 “8점 차이는 매우 큰 임상적 차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개인별 분석에서도 SNS를 사용하는 시간이 새벽에 가까울수록 정신적 웰빙 점수가 감소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한 개인에게서 나타날 수 있는 점수 변동 폭은 최대 1.9%로 연구팀은 이를 ‘정신을 잃을 정도의 과음(2.1%)’이나 ‘대마초 흡연(1.8%)’이 미치는 영향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런 경향은 여성과 중장년층에서 더 강하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늦은 시각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뇌가 각성 상태를 유지해 숙면을 방해한다고 분석했다. 스마트폰 화면의 블루라이트가 수면 유도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해 생체리듬을 깨뜨리고 취침·기상 주기가 뒤틀린다는 것이다. 또한 늦은 밤에 SNS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낮 동안의 사회적 상호작용이 적어 상대적으로 고립감을 느낄 가능성도 높다고 덧붙였다.
연구를 이끈 다니엘 조인슨 박사는 “SNS에서 사용자의 특정 행동 패턴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확인했다”며 “이번 결과가 유해한 미디어 사용을 줄일 수 있는 정책과 장치 마련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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