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보이스피싱 등 각종 범죄에 악용된 대포통장과 대포폰 등 명의도용 물품이 30만건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고령층과 저소득층을 상대로 “유심칩을 팔면 돈을 준다”며 속여 불법 대포폰을 개통한 사례도 확인됐다.
1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적발된 대포통장은 5만491건, 대포폰은 25만 2791건으로 총 30만 328건에 달했다. 같은 기간 검거된 인원은 5만 6466명으로 이 가운데 1174명이 구속됐다.
연도별로 보면 대포통장 검거 건수는 2021년 약 6200건에서 2023년 7400건으로 꾸준히 늘었다. 올해(8월 기준)에도 이미 5686건이 적발돼 지난해 전체(5347건)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사례로는 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가 검거한 조직적 범죄가 있다. 이들은 범죄단체를 꾸려 대포통장을 모집하고 지급정지 해제, 조직원 관리 등 역할을 나눠 활동했다. 2021년 7월부터 2022년 11월까지 64개 불법 도박사이트에 대포통장을 제공하고, 입금된 베팅금 약 40조원을 세탁하는 대가로 4000억원가량의 불법 수수료를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취약계층을 노린 범죄도 이어졌다. 강원경찰청 형사기동대에 따르면 피의자 46명은 고령자 등 저소득층에게 1인당 60만~170만원의 대가를 주겠다고 속여 유심칩 개통을 유도했다. 이후 명의자의 동의 없이 해당 유심칩으로 인터넷 대출(‘인터넷깡’)과 소액결제, 고가 휴대전화 구매·재판매 등을 벌여 약 1억원의 이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한병도 의원은 “대포통장과 대포폰은 이제 보이스피싱의 기본 도구가 됐다”며 “자금 세탁과 불법 도박 등으로 범죄가 확산되는 만큼, 금융당국과 수사기관이 긴밀히 공조해 근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이나 딥페이크 기술을 악용한 명의도용 수법까지 등장하고 있다”며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명의도용 범죄에 대해서는 엄정한 수사와 처벌이 필요하고, 금융권의 사전 차단 시스템도 강화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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