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티빙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 17개국으로 진출하게 됐다. 티빙의 최대 주주인 CJ ENM이 글로벌 4대 미디어 그룹으로 꼽히는 워너 브라더스 디스커버리(WBD)와 파트너십을 체결하면서다. 그동안 넷플릭스에 의존하던 국내 콘텐츠의 해외 진출 경로가 티빙으로 확장되는 등 관련 산업 생태계의 구조가 격변할 전망이다.
CJ ENM은 16일 WBD와 콘텐츠 협력과 플랫폼 부문의 동반 해외 진출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이날 밝혔다. WBD는 ‘왕좌의 게임’ 등을 방영한 채널 HBO를 비롯해 디스커버리, CNN 등의 채널과 워너브라더스 영화 그룹 등을 보유한 글로벌 미디어 그룹이다.
이번 협약으로 티빙은 WBD가 운영하는 글로벌 OTT인 HBO맥스 내에 브랜드관을 열게 된다. 현재 티빙에 애플TV가 브랜드관 형태로 진출해 있는 것처럼 해외의 HBO맥스 이용자들이 OTT내 OTT로 티빙을 이용할 수 있는 구조다. 두 회사는 홍콩과 대만, 동남아시아 등 아태 17개 지역에서 내년 초를 목표로 브랜드관을 열기로 합의했다. HBO맥스는 티빙의 브랜드관이 출시되기 전 국내 콘텐츠를 선보이기 위해 11월 초부터 티빙의 주요 콘텐츠를 해당 지역에서 공개할 계획이다.
티빙은 HBO 맥스가 보유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 콘텐츠 유통망을 단숨에 확보하면서 당장 글로벌 진출의 효과를 낼 수 있게 됐다. 그동안 국내 OTT 가운데 웨이브가 미국에, 왓챠가 일본에서 서비스를 선보였지만 현지 시장에서 주류 서비스로 성장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달리 HBO 맥스는 올 2분기 말 기준 전세계에서 1억257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글로벌 4위 OTT인 만큼 공동진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다. 싱가포르의 미디어 컨설팅사 미디어파트너스아시아(MPA)에 따르면 HBO 맥스는 지난해 11월 동남아 진출한 이후 한 달 여 만인 지난해 말 140만 명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이는 현지 신규 OTT 가입자의 26%다. HBO맥스는 당시 아시아 7개국 진출에 이어 최근 14개국에 추가 론칭했다.
WBD가 CJ ENM과 파트너십을 체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아시아 스트리밍 시장에서 지배력을 넓히기 위해서는 아시아 지역에서 문화적 영향력이 큰 한국 콘텐츠를 안정적으로 확보해 공급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이다. CJ ENM의 경우 산하 콘텐츠 제작 스튜디오는 물론 tvN과 티빙 등 유통 채널을 보유해 다양한 장르의 영상 콘텐츠를 생산하고 공급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데이비드 자슬라브 WBD 최고경영자(CEO)는 “CJ ENM과의 이번 협력은 주요 글로벌 시장에서 현지에 최적화된 이야기를 선보이겠다는 우리의 의지를 분명히 밝히는 중요한 이정표”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특히 티빙이 글로벌 진출의 발판을 마련하면서 국내 콘텐츠 제작 관행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제작사가 넷플릭스와 이른바 ‘바이아웃’ 계약을 맺는 방식이 글로벌 시장을 노리는 콘텐츠를 만드는 절차적 관행으로 굳어지고 있다. 이는 작품의 흥행 여부와 관계없이 제작비와 일정 수준의 이윤을 보장해주는 대신 지식재산권(IP)은 넷플릭스에 귀속되는 방식이다. 제작사들은 이윤폭이나 IP 보유주체 등에 대한 이견이 있더라도 콘텐츠를 해외에 선보일 수 있는 유일한 경로가 디즈니 플러스나 넷플릭스인 만큼 협상력을 확보하기는 어려운 구조다. 이에 따라 글로벌 공급 능력을 갖춘 토종 OTT가 탄생할 경우 국내 생태계가 보다 자생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CJ ENM과 WBD는 이와 함께 장기적으로 한국 드라마를 공동 기획, 투자하기로 했다. 양사가 함께 제작한 콘텐츠들은 HBO 맥스를 통해 글로벌 이용자들에게 공개된다.
두 회사의 이번 협약은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이 협상을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세대를 넘어 전 세계인들에게 영감을 전해온 워너 브라더스 디스커버리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게 되어 뜻깊다”며 “이번 파트너십은 독창적인 콘텐츠 역량을 갖춘 CJ와 스토리텔링의 명가 워너 브라더스 디스커버리가 만나, K-콘텐츠의 글로벌 위상을 한층 더 높이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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