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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본질은 이윤 보다 인류의 지속 번영"

■‘경영학의 길’ 출간한 조영헌 고려대 교수

고려대 경영대 120년사 첫 정리

한국 경영사적 의미 찾는데 주력

사회 통합 위한 인재양성이 목적

자원 재분배·인재 적재적소 배치

다음 세대에 영감 주는 학문돼야

조영헌 고려대 역사교육과 교수가 16일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단순히 한 학교·학과의 역사가 아니라 120년이라는 시간 동안 대학과 한국 경제·사회가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지를 담고 있습니다.”

최근 경제경영서 ‘경영학의 길’을 출간한 조영헌 고려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16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특정 대학의 역사가 아닌 한국 경영학의 역사까지 포괄적으로 다룬 역사서에 가깝다”며 이같이 말했다.

1905년부터 시작된 고려대 경영대학의 역사를 담은 ‘경영학의 길’은 한국 사회에 뿌리내린 경영학의 발전 과정을 학술적으로 재조명하고 있다. 중국사를 전공한 역사학자인 조 교수는 책을 쓰게 된 계기에 대해 “평소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한국의 자본주의가 어떻게 급속도로 발전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품고 있던 터에 한국 최초의 경영대학인 고려대 경영대학의 역사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학교 측의 제안을 수락했다”면서 “역사학자의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데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최초의 경영대학인 고려대 경영대학은 한국 경영사(史)와 궤를 같이한다. 고려대는 1955년 한국 최초로 경영학과를 설립했다. 고려대 경영학과의 전신이 바로 1905년 개교한 보성전문학교의 이재학과(理財學科)다. 그사이 이재학과에서 상과·상업과·상학과 등으로 수차례 이름이 바뀌었지만 경영이라는 정체성은 유지해왔다. 보성전문학교의 이재학과를 ‘근대 한국 상업교육의 시발점’이라고 규정한 조 교수는 “카테고리상 경제경영서로 분류되지만 내용은 한국 근대사에 더 가깝다”며 “책에 ‘문명사로 읽는 고려대 경영대학 120년’이라는 부제를 붙인 것도 이런 이유”라고 설명했다.

역사학자가 쓴 책인 만큼 저자의 관점도 역사적 의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책에서는 연도별로 고려대 경영대학의 역사를 한국사·세계사와 연결해 설명하고 있다. 특히 1905년은 대한제국에서 기업인을 키우기 위한 신식 학문인 경영학이 시작됐을 뿐만 아니라 일본의 을사늑약 체결, 청나라의 신사층·과거제도 폐지, 러일전쟁을 종결하기 위한 포츠머스 강화 조약 체결 등 동아시아 역사에서도 중요한 시점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조 교수는 “이처럼 동아시아에서 역사적 사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라며 “고려대 경영대학이 문을 연 1905년을 시대적인 상황과 비교해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고려대 경영대학의 120년 역사 중 가장 중요한 지점으로는 1952년을 꼽았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시기에 유진오 총장이 선임되면서 미국 대학의 시스템을 들여올 수 있었고 이를 계기로 경제학과와 분리한 경영학과가 생겨났다. 그는 “당시 경제학과와 경영학과를 문리과대와 상과대로 분리시켜 경영대가 독립적으로 발전해나갈 수 있는 토대가 됐다”며 “1958년 국내 최초로 대학 부속 ‘기업경영연구소’ 창립과 1963년 국내 최초 ‘경영전문대학원’ 설립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일본에서 처음 쓰인 ‘경영’이라는 용어가 한국 사회에 자리 잡게 된 것도 이때부터다. 조 교수는 “1970년대부터 경영학이라는 이름이 힘을 받기 시작하면서 1990년 이후에는 기업·국가·사회·학교 심지어 종교 단체도 운영 대신 경영이라는 표현을 쓰기 시작했다”며 “경영이라는 말이 사회를 이롭게 하고 부강하게 만드는 동력이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학문적으로도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됐다”고 말했다.

경영학을 둘러싼 다양한 에피소드도 전했다. 지금은 가장 인기 있는 학과지만 보성전문학교가 설립됐을 당시 관존민비(官尊民卑) 사상의 영향을 받아 이재학과는 한동안 천대받는 학문으로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과거제도가 폐지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재물을 다스리는 학문’이란 이재학, 즉 경영을 배워도 관리가 될 수 없다는 생각에 지망자가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고려대 경영대학 설립 초기 설치된 총 5개 학과 중 법률학을 제외한 이재학·농업학·상업학·공업학 등 4개 학과가 미달을 면치 못했다”며 “그럼에도 폐과 대신 나머지 학과를 이재학과로 통합해 지켜낸 것은 시대를 앞서간 선견지명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책에서 경영학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사회적 통합을 위한 인재 양성을 제시했다. 인공지능(AI) 확산이라는 문명사적 전환기를 맞아 최초·최고라는 성과에 집착하는 것을 넘어 학문적으로 본질적 가치를 추구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조 교수는 “경영학의 본질은 단순히 기업이 이윤 추구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라 결국 자원을 재분배하고 사람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면서 효율성을 극대화해 인류의 지속과 번영에 기여하는 것”이라며 “사회를 위한 경영학으로 다음 세대에 영감을 주는 학문으로 남았을 때 가치가 극대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영헌 고려대 역사교육과 교수. 조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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