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가려고 했는데 무섭네요”, “태국에서 납치해 캄보디아로 넘긴다길래 여행 취소하려고요”
캄보디아에서 취업을 빙자한 한국인 납치·사망 사건이 발생한 것과 관련해 우리 국민들이 해당 국가를 비롯해 태국과 베트남 등 동남아 여행을 취소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확인되지 않은 루머들로 인해 불안이 뒤섞이며 동남아 여행에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14일 외교부에 따르면 캄보디아 내 한국인 납치 신고 건수는 2022~2023년 연간 10~20건 수준이었으나, 지난해에는 220건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8월 기준, 이미 330건을 넘어섰다. 피해자 대부분은 '고수익 해외 취업'이나 '투자 리딩방' 등을 미끼로 현지에 유인된 뒤 범죄조직에 감금된 사례다.
지난 8월, 경북 예천 출신 20대 대학생이 "박람회에 다녀오겠다"며 캄보디아로 출국했다가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고문 끝에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 대표적이다.현지 경찰은 사망 원인을 '고문으로 인한 심장마비'로 발표했다. 지난달 21일에는 수도 프놈펜 시내에서 50대 한국인 남성이 납치돼 고문당하기도 했다. 경북 상주에 거주하던 30대 역시 지난 8월 19일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끊겼다. 닷새 뒤 그는 텔레그램 영상통화로 가족에게 "2000만원을 보내면 풀려날 수 있다"고 말한 뒤 연락이 완전히 두절됐다.
이같은 사건이 잇따르자 캄보디아 뿐만 아니라 주변국 여행을 계획한 사람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특히 온라인커뮤니티에는 “베트남도 조심해야한다”, “동남아 전체가 위험하다” 등의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현재 온라인에 떠돌고 있는 '한동안 동남아 여행 조심해야 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게시물에서는 "베트남 여행 중 납치돼 캄보디아로 팔려 갔다"는 피해자 가족의 주장까지 등장했다.
현재 외교부는 캄보디아 내 우리 국민 대상 취업사기·감금 피해가 급증함에 따라 수도 프놈펜 지역에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했다. 프놈펜 외 지역은 2단계(여행자제) 경보가 유지되고 있다. 태국·베트남 등 인근 국가는 별도의 상향 조치는 없는 상태다. 주캄보디아 한국대사관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한국인 여권 다수 발견, 백 명 단위 피해설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사실무근의 정보가 확산되지 않도록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여행객들에게 △야간 이동 자제 △개인 정보 유출 주의 △비공식 취업 제의 경계 등을 요청했다.
한국여행업협회(KATA)는 "문체부·외교부와 협력해 현지 안전 동향을 모니터링 중이며, 소속 여행사에는 단체 여행객 대상 안전 가이드라인을 공지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사건들은 대부분 개별 여행객이 현지에서 겪은 사례로 가이드가 동행하는 패키지 투어는 상대적으로 안전할 것"이라며 "여행사들은 고객 안전을 최우선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