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국가 책임을 인정한 법원의 비닐하우스 이주노동자 사망 판결에 대한 상고 결정을 취하할지 검토하기로 했다.
김 장관은 15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가 국회에서 연 노동부 국정감사에서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상고 취하 의견을 묻는 질의에 “고인의 죽음은 안타깝다”며 “상고한 이유는 (법원이) 사실 관계를 오인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고 취하의 타당성이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부연했다. 안호영 환노위 위원장은 김 장관에게 “(만일) 상고가 기각되면, 국가가 불필요한 상고로 (고 속헹씨 유가족에게) 고통을 준 게 된다, 이 점을 감안해서 검토해 달라”고 김 장관에게 당부했다. 김 장관은 “알겠다”고 답했다.
이달 초 노동부는 서울중앙지법이 지난달 19일 캄보디아 국적 고 속헹씨 부모가 정부에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일부 승소 판결에 대해 상고하기로 결정했다. 법원은 노동부 등 정부가 부모에게 2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고 속헹씨는 2020년 12월 경기 포천에 있는 한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부검 결과 그의 사인은 간경화로 인한 혈관파열과 합병증으로 드러났다. 당시 영하 18도 달하는 한파에도 난방이 가동되지 않은 숙소에서 생활한 게 그의 병을 악화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고 속헹씨 부모는 2022년 9월 정부를 상대로 한 손배소 1심에서 패소했다. 당시 법원은 정부가 보호 의무를 다하지 않아 고 속헹씨가 사망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지난달 2심 법원은 1심 판단을 뒤집고 부모의 ‘손’을 들어줬다. 2심 법원은 “정부가 해당 사건 사업장에 대해 지도·점검 계획을 수립하지 않은 점은 외국인 고용법 시행령 제23조 제2항을 위반했다고 봐야 한다”며 “(고 속헹씨가) 사망하기 전까지 사업장이 건강진단을 실시했는지 (정부가) 확인하는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노동부가 상고를 결정한 이유는 2심 법원이 지도·점검계획 수립과 사업장 건강진단 결과 보고 규정을 오해한 측면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노동부 측은 “당시 연간 3000여 개 취약 사업장에 대해 정기점검 계획을 수립했고 점검도 했다”며 “(고 속헹씨의) 사업장은 민원이나 고용인원이 많은 점검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동부 측은 “사업장의 일반 건강진단 결과는 노동부에 보고할 법적 의무가 없다, 사업장을 점검하고 감독할 때 적발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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