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를 확대하고 나선 가운데 미국산 대두 불매도 꿋꿋이 이어가며 미국의 ‘약한 고리’를 대대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주요 지지층인 농가의 원성이 커지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보복을 경고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 시간) 중국의 미국산 대두 수입 중단을 ‘적대행위’로 규정하며 식용유 등과 관련한 교역 단절을 검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9일 중국의 미국산 대두 수입 중단 조치에 맞서 중국산 제품 수입을 제재할 수 있다고 시사한 지 불과 5일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1일에도 “4주 후 시진핑 주석과 만날 것이며, 대두는 대화의 주요 의제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발언하는 등 이달 들어 대두 문제에 대한 언급을 눈에 띄게 늘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두에 유독 예민하게 반응하는 건 농가의 원성이 커지고 있는 까닭이다. 한때 미국 대두 수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던 중국은 관세 전쟁이 본격화한 올 5월부터 미국산 대두 구매를 전면 중단했다. 특히 본격적인 대두 수확철이 시작된 지난달부터 경제적 타격이 본격화되면서 대두 농가들의 불만이 대대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두 농가가 집중된 미 중서부 지역은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 기반으로 여론 악화 시 내년 중간 선거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 중국은 브라질·아르헨티나 등으로 수입처를 다각화하며 대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치밀한 사전 작업을 해왔다. 중국 해관총서(세관) 자료를 보면 올해 1∼7월 중국의 대두 수입량은 6103만톤(t)으로, 이 중 브라질산이 70%이었고 미국산은 25%에 그쳤다. 관영 영자신문 글로벌타임스는 13일 중국의 9월 대두 수입량 사상 최고치 경신 소식을 전하며 “무역 다각화 가능성을 입증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중국산 식용유 수입 중단을 잠재적 보복 카드로 내세웠지만 대두만큼의 파괴력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미국의 중국산 가공식용유 수입 규모가 지난해 기준 중국의 미국산 대두 수입 규모에 크게 못미칠 뿐더러 이마저도 감소 추세에 있기 때문이다. 미 농무부 자료에 따르면 중국에서 수입된 가공식용유는 12억 달러(약 1조 7000억 원) 규모로 최고점을 찍은 뒤 올해 1∼7월 전년도 대비 4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바이오연료의 원료가 되는 폐식용유 수입이 감소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블룸버그는 “이미 수입 규모가 줄어드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의 식용유 갈등이 빚어졌다”고 평가했다.
/정다은 기자 down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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