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두 살의 대학생이 주검으로 발견됐다. 경북 예천 출신의 대학생 박 모 씨는 박람회에 다녀오겠다는 말을 끝으로 올 7월 캄보디아로 떠났고 한 달 여 만인 8월 8일 캄폿 보코산 인근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박 씨의 죽음을 시작으로 현지 관계자 말을 인용해 캄보디아에서 ‘하루에 한 명씩 숨지고 있다’는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캄보디아에서 감금·폭행당한 한국인 피해자들은 상당수 고수익을 보장하는 구인 공고에 한국을 떠났다. 불법 구인 공고의 메카로 불리는 한 사이트에서는 여전히 ‘월 1000만 원 이상 수익보장’ ‘안전하게 근무 가능’이라는 공고가 올라오고 있다. 지원 방법은 오직 하나. 텔레그램이다. 빈약한 설명에도 구인 공고 조회 수는 순식간에 1000회를 넘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2023년 대졸 정규직 평균 초임 연봉은 3675만 원이다. 3달 반만 일한다면 단 한 해의 연봉을 금세 벌 수 있는 셈이다. 반면 고용 조건은 단순하다. “바보 같은 일만 안 하시면 됩니다.” 각종 스펙과 학력으로 치장된, 그마저도 경기 악화로 급감 중인 국내 구인 공고와는 상이하다. 돈이 필요하다는 절실함은 무모한 도전을 불러온다. 심지어 불법임을 알면서도 떠나는 이들이 속출한다. 결국 갈 곳 잃은 청년들이 고수익의 유혹에 내몰려 도착한 곳은 고문과 학대가 일상이 된 ‘범죄의 늪’이었다.
캄보디아 범죄단지에 납치·감금된 피해자들은 범죄를 강요받고 또 다른 피해자를 낳는다. 조직화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스캠 범죄에서 “한국인은 수익이 가장 좋다”는 평을 받는다고 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2~12월) 675억 원이었던 로맨스스캠 피해액은 올해 8월까지 847억 원으로 집계되며 크게 늘었다.
대통령은 ‘가용 자원을 총동원하라’며 연달아 강력한 메시지를 내고, 정부합동대응팀도 부랴부랴 현지로 파견됐다. 지난해부터 꾸준히 관련 신고가 빗발쳤지만 이제야 대책 마련에 나서는 정부를 향해 ‘늦장 대응’이라는 지적도 이어진다. 늦었지만 실태를 파악하고 치안 공조 체계를 강화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왜 캄보디아인지에 대한 성찰도 필요하다. 한국에서의 기회는 청년들에게 너무나도 멀고 높은 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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