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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주거 사다리 끊길 판…반복되는 수요규제에 내성 우려"[10·15 부동산 대책]

[대출 통한 주택 매수 사실상 봉쇄]

서울 소형아파트 값도 10억 넘는데

대출 옥죄기로 양극화 심화 가능성

부동산시장 자산가 중심 재편 예상

다음 카드 "LTV 0% 적용" 거론도

연합뉴스




정부가 서울 전역을 규제지역으로 묶고 대출 문턱을 높이자 시장에서는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자산가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근로소득은 높지만 ‘부모 찬스’를 활용할 수 없는 2030세대가 자산 축적의 기회를 잃게 돼 자산 불평등을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15일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하며 “서민·중산층이 주택금융을 이용해 주택 구입을 하는 데 불편함을 주지 않겠다는 게 기본 정신”이라며 “서울 외곽 지역은 15억 원 초과 주택이 많지 않아 직접적인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과는 온도 차이가 있다. 가장 큰 불만은 주거 사다리 훼손이다. 중산층 이하 계층은 원룸·빌라·아파트 순으로 주거 형태를 단계적으로 개선해나가지만 이중 삼중으로 자금줄을 조이면서 대출을 일으켜 집을 사야만 하는 실수요자들이 설 자리를 잃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는 15억 원 이하 주택의 경우 현행 주택담보대출 한도 6억 원이 적용된다고 설명하지만 규제지역 지정으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40%가 적용되면 실질 한도는 줄게 된다. 대출을 통한 고가 주택 매수 통로가 사실상 봉쇄되면서 시장의 체감 강도는 상당히 높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대출을 통해 집을 사려는 수요가 위축되면 수도권 부동산 시장은 현금 부자 위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며 “자산가들은 경쟁자가 제거된 상황에서 여유 있게 집을 살 수 있어 형평성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대출을 안 받고 집을 살 수 있는 계층이 엄연히 존재한다”며 “중산층이 대출을 안 받고 어떻게 집을 사느냐. 이 부분은 용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가 주택 기준으로 설정된 15억 원에 대한 의문도 적지 않다. 집값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서울의 소형 아파트조차 10억 원을 돌파했다. 직방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서울 전용 59㎡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0억 5006만 원에 달했고 서초구와 강남구는 평균 20억 원을 웃돌았다. 도봉구(5억 4894만 원), 중랑구(5억 8722만 원) 등 진입 여력이 남아 있지만 선호도가 높은 마포구(13억 8778만 원), 용산구(14억 9283만 원) 등에서는 소형 평형조차 진입이 쉽지 않다.



학계에서는 이러한 대출 옥죄기가 자산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국은행과 석병훈 이화여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LTV 규제 확대로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것은 전문직 청년, 맞벌이 신혼 부부와 같은 고소득·저자산 계층이다. 소득은 높지만 현금이 부족한 이들은 대출을 통해 집을 사야하지만 문턱이 높아지면서 내 집 마련과 자산 증식의 기회를 박탈 당한다는 것이다. 석 교수는 “영국에서는 소득은 높지만 아직 부유하지 않은 사람들을 지칭하는 ‘HENRY(High Earner, Not Rich Yet)'가 문제가 되고 있다”며 “이번 금융 규제로 인한 최대 피해자는 30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당국은 주택 가격이 잡히지 않으면 DSR 산정 범위 확대와 같은 추가 규제책을 꺼낼 수 있다는 뜻도 함께 밝혔다. 문제는 지금과 같은 수요 억제 일변도 규제로 시장 안정이 가능하겠냐는 점이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시절 15억 원 초과 주담대 전면 금지의 효과가 6개월 정도 지속됐는데 이번에는 4개월도 안 돼 약효가 떨어졌다.

시장이 규제에 적응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이미 시장에서는 대출금리 인상이나 초고가 주택 LTV 0% 적용 등 다음 단계의 규제가 거론된다. 은행권의 관계자는 “2019년 고가 주택 LTV 0% 규제 도입 당시 그 효과가 반년은 갔지만 이제는 부동산 시장의 맷집이 세져서 고강도 규제에도 가격이 빠지지 않고 있다”며 “규제에 대한 시장의 내성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스트레스총부채상환비율(DSR) 규제 강화 조치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금리가 내려가는 상황에서 스트레스DSR을 선제적으로 강화해 대출 가능 금액 증가를 막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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