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9일 ‘역외 희토류 물자 수출 통제 결정’을 전격 발표했다. 이는 미국의 큰 반향을 일으켰고 우리나라 역시 정부 차원에서 영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희토류가 재생에너지·전기자동차·반도체·방위산업 등 핵심 분야에 필수적인 원소이며 전 세계가 9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당연한 반응이다. 이날 발표의 핵심은 ‘역외 생산품이라도 중국 기술이나 희토류 원료를 포함할 경우 중국 상무부의 사전 수출 허가가 필수’라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중국이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전략, 즉 기술 통제 방식을 그대로 차용했다는 것이다. 미국이 반도체 기술을 핵심 전략 자산으로 활용하듯 중국 역시 희토류 분야에서 기술을 가장 강력한 무기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이 희토류 공급망을 지배하게 된 요인으로는 값싼 인건비와 낮은 환경 비용이 언급된다. 실제로 1980년대 희토류 생산 중심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넘어갈 때는 이러한 요인이 결정적이었다. 당시 수요가 매장량이 풍부하고 분리·정제가 용이한 경희토류(세륨·란탄) 중심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 첨단산업과 방위산업에서는 중희토류(디스프로슘·테르븀·사마륨 등)가 더 주목받고 있다. 이들 원소는 함량이 적고 분리·정제가 까다로워 고도의 기술력을 요구한다. 중국은 지난 40여 년간 사실상 유일한 중희토류 생산국으로서 독자적인 기술 생태계를 구축해왔다. 값싼 인건비와 낮은 환경 비용을 뛰어넘는 진짜 경쟁력을 갖춘 것이다.
최근 많은 국가들이 자국의 희토류 매장량 발표에 나서고 있다. 일부에서는 희토류 채굴이 본격화됐다고 알린다. 그러나 정작 희토류 제련·가공·이용의 상용화에 성공했다는 소식은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새롭게 채굴된 중희토류들이 여전히 중국으로 수출돼 제련되고 있는 현실도 변함없다. 이러한 흐름은 희토류 분야에서 진정한 탈중국의 관건이 ‘자원’이 아니라 ‘기술’에 있음을 시사한다. 동시에 자원은 부족하지만 기술력으로 경제성장을 이뤄온 우리에게 여전히 기회의 여지가 있음을 일깨워준다. 독자적인 희토류 제련·가공·이용 기술을 확보한다면 자원국과의 실질적 협력은 물론 지속 가능한 공급망 구축도 가능해진다.
전 세계적으로 핵심 광물은 단순히 산업을 넘어 국가 안보의 핵심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제정·공포된 ‘자원안보특별법’을 통해 자원안보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희토류는 미래 핵심 산업의 필수 원료로, 정부와 산업계가 지속 가능한 공급망 구축을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희토류 기술 자립화를 통한 기술 패권의 확보는 단순히 특정국의 자원 의존 탈피 차원을 넘어 글로벌 희토류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전략적 기반이 된다. 자원 빈국이었던 우리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배터리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로 도약할 수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핵심 기술의 확보 때문이었다. 희토류 역시 같은 길을 걸을 수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지질 자원 분야의 유일한 전문 연구기관으로서 지난 25여 년간 희토류 제련·가공·이용 기술 연구에 매진해왔다. 우리가 축적한 연구 역량은 이제 기술 자립을 넘어 글로벌 희토류 공급망의 새로운 축을 만들어갈 출발점이 돼야 한다. ‘자원의 부족’을 ‘기술의 축복’으로 바꾼 대한민국의 저력을 희토류 분야에서 다시 한번 증명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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