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의 철저한 진상 규명을 지시하며 백해룡 경정을 합동수사팀에 투입하라고 지시한 가운데 백 경정이 서울동부지검의 파견·편성 방식과 경찰청의 인사 발령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자신을 기존 수사팀이 아닌 별도 소규모 조직에 두려는 방침이 수사권 제한으로 작동하고, 그 과정 역시 논의 절차 없이 진행됐다는 이유에서다.
백 경정은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무런 협의도 없이 3시간 만에 갑자기 인사 발령을 냈다. 수사팀 구성에 대한 논의조차 없었다”며 “영장청구권이 없는 나에게는 손발이 모두 묶인 상황”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이번 인사를 “사전 협의 없는 폭거”라고 규정했다. 경찰청은 이날 백 경정에게 동부지검 파견 근무를 명하는 인사 발령을 냈다.
백 경정은 수사권을 제대로 행사하기 위해서는 팀 인력을 선발할 권한과 최소 25명의 인원이 필요하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수사 의지나 능력이 있는지도 모르는 4명을 받아 한쪽에 ‘백해룡 수사팀(5명)’을 붙여놓겠다는 것”이라며 “영장을 스스로 청구할 수 없는 구조에서 ‘마약 게이트’ 무마 혐의가 짙은 검사의 지휘를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고 주장했다.
앞서 12일 이 대통령은 동부지검 합수팀에 백 경정을 파견하도록 하고 철저한 수사를 당부했다. 동부지검은 이후 기존 합수팀과 별도의 수사 조직을 꾸려 백 경정을 소속시키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의혹의 최초 폭로자인 백 경정이 고발인 또는 피해자 지위에 있는 사건은 본인이 속한 합수팀이 아닌 별도 라인에서 조사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이처럼 강한 반발이 이어지자 임은정 동부지검장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합수팀원들이 대견하다 못해 존경스럽다는 생각도 한다”며 “공정성이나 편향성 논란이 제기되지 않도록 심사숙고하겠다”고 해명에 나섰다. 동부지검 합수팀은 올 6월 경찰, 국세청, 금융정보분석원(FIU) 등 정부기관 합동으로 출범했다. 현재 지휘권은 임 지검장이 갖고 있다.
백 경정은 2023년 필로폰 밀수 범행을 수사하던 중 인천세관 공무원이 연루돼 있다는 내용의 진술을 확보하자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실·검찰·경찰·국정원 등이 사건 은폐를 위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그는 서울 영등포경찰서 형사2과장으로 재직하고 있었다. 이후 지난해 7월에는 서울 강서경찰서 화곡지구대장으로 인사 발령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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